12강- 초보 창업가의 무덤: 피해야 하는 카페 입지

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by 선인장쌤
20%가 80%를 결정한다. -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드 파레토는 자신의 정원에서 키우던 콩을 수확하다가 잘 여문 소수의 콩깍지에서 전체 콩알의 대부분을 생산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고작 20%의 콩깍지에서 80%정도의 콩이 산출된다는 놀라운 결과는 20%의 개미가 80%의 노동을 책임진다는 것, 상위 20%의 언어가 사용자 수의 80%를 차지한다는 것, 20%의 기업이 시총의 80%를 구성한다는 것 등의 사실이 밝혀지면서 20대 80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례에 적용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작성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프랜차이즈 커피 또한 20%의 브랜드가 80%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다양한 카페들의 흥망성쇠를 관찰하면서 '카페가 망하지 않으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하드웨어'에서 찾았다. 카페의 하드웨어란 상권, 입지, 인테리어, 규모(좌석 수) 등의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물리적 요소들을 뜻한다.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상권, 입지, 인테리어, 규모(좌석 수))소프트웨어(서비스, 메뉴, 컨셉, 브랜딩)를 적절하게 갖춰야하며 창업자가 의도하는 목적에 따라 그 비중은 조정될 것이다. 누군가는 하드웨어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을 것이고, 누군가는 최상의 소프트웨어를 위해 사활을 걸 것이다. 이것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처럼 주어진 답이 없는 질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20%의 하드웨어가 80%의 소프트웨어를 결정한다고 감히 단언한다.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결정할 수 없다. 내가 '테이크아웃 위주의 저가 커피를 차릴 것인가, 한 잔당 8,000원을 호가하는 싱글 블랜딩 커피를 판매할 것인가'는 내 카페가 어떤 상권, 어떤 입지(건물)에서 영업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Gemini_Generated_Image_c9txk0c9txk0c9tx.png 당신의 노력. 20%의 중요한 지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회사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오피스 상권에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의 고급 커피를 판매한다면 외면당할 것이다. 월세가 비싼 대형 건물에 저가 커피를 유치한다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당신이 어떤 하드웨어를 갖출 것인가(갖출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이야기할 주제는 매우 중요하다. 다름아닌 입지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상권이 낚시터라면 입지는 포인트다. 같은 낚시터여도 찌를 어디다 던지느냐에 따라 물고기로 양동이를 가득 채울 수 있고, 빈 손으로 집에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은 초보 사장인 당신이 창업을 피해야하는 입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입지와 상권에 대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은 비슷하게 느껴지고 실제로 물리적 위치와 공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특성을 공유한다. 그러나 간단히 설명한다면 입지(나무)는 상권(숲, 산)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입지는 건물, 상가 단위이고 상권은 지역 단위이므로 상권이 입지보다 큰 개념이다.


낚시의 비유


상권(낚시터) - 바다, 강, 저수지

입지(낚시 포인트) - 낚싯대가 놓여진 자리, 찌가 던져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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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같은 상권이더라도 좋은 입지, 나쁜 입지가 있을 수 있고 우리는 먼저 나쁜 입지에 대하여 다뤄볼 것이다. 숙련된 장사꾼이라면 나쁜 입지에서도 업장을 충분히 살릴 가능성이 있지만 초보 장사꾼이라면 입지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초보 창업가라면 피해야 하는 입지에 대해서 나열해보겠다.


1. 카페가 망해서 나간 자리(무권리 상가)


카페 망해서 나간 자리에 또 카페가 생기고, 또 망해서 나가고... - 익명의 네티즌


카페가 멍해서 나간 자리에 새로운 카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카페가 계속해서 살아남아 영업을 지속할 확율은 20%에 불과하다. 카페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하드웨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해당 입지가 '겉보기에는 카페를 해도 괜찮은 장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쁜 인테리어가 어울리고 동네가 고즈넉하게 느껴지는 그런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 카페 창업자들이 바보라서 망한 자리에 다시 카페를 차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장이 새로운 메뉴와 브랜딩, 서비스로 운영한다고 해도 해당 업장의 하드웨어는 인테리어를 제외하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과연 그 전의 카페 사장은 실력이 모자라고 불친절해서 실패한 것일까? 자신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 그도 분명 최선을 다해 매장을 살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장이 폐업했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상권이 문제일수도, 입지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분석해서 극복하겠다는 것은 초보 창업자에게는 오만한 생각이다.



2. 지하 혹은 건물의 2~3층 이상


카페는 단독 건물인 것이 가장 좋고 상가에 입점한다면 1층인 것이 다음으로 좋다. 당신이 돈이 많아서 직접 카페를 짓는다면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지만 카페 창업자의 90%는 이미 지어진 건물, 상가에 세입자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지하, 혹은 2층 이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첫번째 이유는 Take-out 수요를 놓치기 때문이다. 당신이 아무리 저렴하고 질 좋은 커피를 판다고 해도 커피 한잔을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견딜 고객은 없다. 진짜로 없다. 저가 커피 3대장(M,C,B) 중에 건물의 2층, 혹은 지하에 위치한 매장을 본 적이 있는가? 상권의 빈틈이라면 어디든지 매장을 우겨넣는 저가 프랜차이즈조차도 어지간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것이 1층이라는 입지다.


두번째 이유는 '파사드(건물의 입구)'의 부재 때문이다. 파사드는 인간이 건물에 느끼는 첫인상이라 할 수 있다. 건물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더라도 파사드에 공을 들이면 멋진 건물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똑같이 생긴 빌딩, 오래된 상가더라도 파사드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해당 매장이 독립된 하나의 건물처럼 느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사드는 사실상 1층 매장의 전유물이기에 지하와 2~3층 이상의 매장은 그 효과를 누리기 힘들다.


세번째 이유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카페는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지하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적절한 공간이 아니다. 지하라는 공간이 가진 특성(어두움, 축축함)은 고객이 카페라는 공간에 기대하는 가치와는 상반된다. 2층 이상의 상가는 고객과의 거리를 단숨에 넓혀놓는 효과가 있다. 당신의 카페가 1층 2층을 사용하고 있다면 2층에 사람들이 붐비겠지만 1층에 다른 카페가 있고 2층에 당신의 카페가 있다면 두 배 가량 매출 차이가 날 것이다.



3. 저가커피 옆자리, 혹은 근처(특히 3대장)


개인 카페 사장들이 가장 공포스러워하는 순간이 있다면 매장 주변 상가에 노란색 인테리어 자재가 공사를 시작하는 때이다. 실제로 자영업 커뮤니티에서는 주변에 저가커피 입점 후 극도의 매출 부진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존재이지만 카페 사장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느껴지는 것이 저가커피이다.


불경기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지금 저가 커피를 이길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다. 당신이 메이저급 저가커피를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막강한 경쟁자를 옆에 두고 장사를 시작할 이유가 없다.



번외


주변으로 주차 대수가 나오지 않는 곳 - 고객의 접근성 하락으로 선택 포기 유발

통창으로 해가 하루 종일 들어오는 곳(남향으로 큰 창이 있는 곳) - 창문에 블라인드를 하루 종일 쳐야 함

건물 중앙으로 기둥이 있는 곳 - 매장 동선 및 공간 활용에 악영향


번외에 해당하는 입지들은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경우에 따라 매출과 운영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있는 곳이다.




결국 초보 창업자가 입지를 고를 때 해야 할 일은 '대박 날 20%의 명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목을 조를 80%의 함정'을 피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저 최악의 하드웨어들을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생존확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자, 이제 낚싯대를 던질 최악의 포인트들은 모두 피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낚시터(상권)에서 낚시를 시작해야 할까? 다음 13강에서는 입지를 품고 있는 더 거대한 생태계, '상권'의 비밀에 대해 파헤쳐 보겠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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