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강-좋은 상권,나쁜 상권은 없다(낚시터와 물고기)

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by 선인장쌤

지난 글에서는 초보자가 피해야 할 입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사실 입지란 상권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요소이다. 똑같은 조건의 입지라도 상권의 유형에 따라 다른 결과값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도심지에서는 매력적인 조건의 입지가 관광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상권에 대한 이해 없이 적절한 입지를 선정하기란 불가능하다.


12강에서 '좋은 입지의 조건'이 아닌 '피해야 하는 입지'에 대하여 먼저 다룬 것은 입지와 상권의 역학관계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해당하는 입지들은 상권과 상관없이 카페의 운영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기에 애초에 배제하는 것이 좋다.


이번 글에서는 상권의 여러 유형에 대해 알아보고 각 상권마다 존재하는 주 소비자와 그들의 니즈에 대해 다뤄보도록 한다.





낚시를 하는 독자라면 13강의 제목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방파제에서는 우럭, 농어 광어를 잡을 수 있고, 갯바위에서는 놀래미, 볼락이 나온다. 저수지에서는 붕어를, 강과 호수에서는 배스, 쏘가리, 송어 등의 민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모두 물속에 사는 비슷한 물고기 같아 보여도 서식지에 따라 어종의 습성과 개성은 확연히 다르며 그들을 낚는 방법 또한 완전히 상이하다.


예를 들어 붕어를 낚으려면 예민한 저부력찌와 가벼운 바늘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배스와 쏘가리를 잡으려면 역동적인 루어 낚시가 필요하며, 우럭을 낚기 위해서는 갯지렁이나 오징어 같은 생미끼를 꿰어 던져야 한다.


장사에서 상권이 가장 중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상권은 곧 내 매장의 주소비층(어종)을 결정짓는 '서식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상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창업자는, 자기가 서 있는 곳이 강인지 호수인지, 심지어 바다인지조차 알지 못한채 낚싯대부터 던지려는 초보 낚시꾼이나 다름없다.


자, 그렇다면 우리 카페 창업자들이 흔히 접근할 수 있는 상권의 종류와 특성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1. 오피스 상권: 조류를 타고 몰려오는 멸치떼



애니메이션 '스펀지 밥'의 한 장면

물살이 빠른 바다. 특정 시간대(출근 시간, 점심 시간)에 조류를 타고 엄청난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닌다. 스펀지밥이 집게리아에 몰려든 멸치떼에게 정신 없이 햄버거를 만들어 던져주듯이 오피스 상권의 카페라면 피크타임에 몰려온 Take-out을 외치는 직장인들에게 커피를 전달해야 한다. 그것도 미친듯이.


이들에게는 빠르고 가성비 좋은 카페인이 필요할 뿐, 멋진 인테리어나 편안한 공간은 중요치 않다. 굳이 돈을 들여 넓은 평수의 상가를 임대할 필요도, 감각적인 예술성을 지향할 필요도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건 밀려오는 주문을 쳐낼 체력과 든든한 알바생들, 그리고 잘 갖춰진 시스템이다. 활성화 된 오피스 상권에서 제대로 된 입지에 자리를 잡는다면 10평 남짓한 매장에서 월 수천만원의 매출을 뽑아낼 수 있다.


추천 매장유형: 소형 저가 카페(테이크 아웃 위주)



2. 주거/동네 상권: 잔잔한 기다림의 붕어 낚시


3132_5209_1218.jpg 고기가 아닌 세월을 낚는다. 진정한 낚시고수!


아파트를 끼고 있는 소위 '항아리 상권' 또한 여기에 속한다. 주요 소비자층은 그 동네의 주민들이다. 당신의 카페는 주민들의 사랑방 혹은 아지트가 되며 맛과 친절도, 메뉴의 퀄리티 등의 '소프트웨어' 요소들에 의해 당신 카페의 명운이 갈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동네 카페들이 '카페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메뉴와 인테리어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서비스의 양과 질까지, 온갖 카페의 요소들이 총출동하여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 동네 카페이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몸과 마음을 만족시켜 단골로 만드는 것은 오롯이 사장 본인의 역량이다.


그만큼 매출에 있어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며 편안한 좌석과 분위기, 준수한 맛, 적절한 입지, 심지어 사장의 작은 태도까지 다방면으로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당신만의 필살 디저트를 갖추는 것이 좋으며, 요 근래에는 다양한 메뉴로 분식집의 역할을 겸하는 동네 카페가 늘어났다. 홀 장사가 주가 되면 좋지만, 배달 또한 항상 염두해야 하는 것은 동네 카페의 숙명이다.


즉, 동네에서 카페를 성공하려면 팔방미인이 되어야하며 퀄리티 유지를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동네 카페로 살아남기'다.


추천 매장 유형: 디저트가 맛있는 홀 위주 개인 카페



3. 관광 및 목적형 상권: 대물을 낚는 바다 선상 낚시


desktop-wallpaper-marlin-fishing-backgrounds-marlin-fish.jpg 먼 바다에서 대어를 꿈꾼다.


대한민국의 커피 사랑은 놀러가서도 그치지 않는다. 멋진 관광지나 휴양지에 가서도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이들은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일정 중간에 꼭 카페를 한 두군데 끼워넣는다. 필자의 카페 또한 관광지 상권에 위치한 대형 카페로서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관광지 상권의 특징은 3가지이다.


1. 주말 및 성수기의 수요 쏠림 현상

2. 대형, 랜드마크 매장일수록 유리함

3. 비싼 가격, 높은 객단가


관광객들은 연휴 및 여행 성수기인 7~8월, 1~2월에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관광지에 위치한 카페는 주말과 평일, 성수기와 비수기 매출 차이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 매장 또한 많게는 10배까지도 차이가 벌어지기에(일매출 기준) 주말에 벌어서 주중에 메꾼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운영을 해야 한다.


특징 1번(성수기 쏠림 현상)은 2번의 원인이 되는데, 어차피 폭발적인 수요가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고(주말, 성수기) 그 시기에는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것이 좋으니 대형 카페일수록 더 큰 매출을 가져갈 수 있다. 더 많은 매출은 더 좋은 시설, 더 좋은 마케팅의 연료가 되고 소형 매장에 대한 상대 우위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만든다.


1번과 2번은 또한 3번의 원인이 된다. 관광지의 고물가는 한정된 기간(주말, 성수기)에 한정된 수요(고객)로부터 최대한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형성된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경쟁 원리에서는 더 싼 가격이 더 큰 수요를 가져갈 수 있으나, 성수기로 수요가 한정되었을 때는 싼 가격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한다.


수십억을 들여서 차린 대형 매장에서 2~3,000원에 커피를 판다고 하였을 때, 투자금 회수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 같은가? 건물의 감가상각, 치솟는 인건비, 은행이자를 감안한다면 대형카페의 비싼 커피는 숙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어를 낚기 위해서 고가의 낚싯배와 낚싯대를 구비하는 것. 그것이 관광지 대형카페의 전략이며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이라고 볼 수 있다.


추천 매장 유형: 랜드 마크 주변, 멋진 뷰의 대형 카페





이 글은 상권의 유형에 따른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주 소비자층이 원하는 카페의 형태를 제시한 '가이드 라인'이다. 관광지 상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카페를 차린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고, 오피스 상권에서 대형 베이커리를 차려 성공한 예시도 분명히 있다.


그 이유는 카페의 성공에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광지 상권에서도 저가 커피가 꼭 들어맞는 입지가 존재하고, 동네/아파트 상권에서도 충분한 실력과 퀄리티가 갖춰진다면 대형 베이커리 카페로 대박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관찰하고 내린 결론은 '분명히 대세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닷가에 간 커플은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원한다. 출근하는 직장인은 가성비 커피를 원하고, 집에 들어가는 아이 엄마는 맛있기로 소문난 빵집을 골라 들어간다. 상권에 따라 주 소비자층이 달라진다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라'의 한 가지 용례인 것이다.

Gemini_Generated_Image_vgmwqlvgmwqlvgmw.png 커피는 같아도, 상권은 다릅니다.


많은 창업 예정자들이 상권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수치로 파악하려고 든다. 근래에 들어 등장한 상권 분석 프로그램은 그런 착각을 가속한다. 상권 분석 프로그램은 카드 매출을 단서로 해당 지역의 매출과 이용층, 이용시간 등을 분석해준다. 오픈업, 스팟리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나 또한 우리 지역 경쟁업체의 매출과의 비교, 연월별 동향 분석을 위해 오픈업을 이용하고 있지만 정확도는 차치하고서라도 단순 수치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상권을 분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느낀다.


결국 상권이란 '주 소비층이 유의미하게 형성되었는가'를 봐야 한다. 오피스 상권이라면 직장인의 수가 충분한지, 주거 지역 상권이라면 주변 아파트의 세대수와 인구가 많은지, 관광지 상권이라면 해당 지역에 꾸준히 관광객이 유입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상권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 내일부터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관계로 2주간 연재를 쉽니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더 좋은 글감과 내용을 떠올려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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