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카페는 감성이다? NO!

다 때려치고 카페나 차릴까?

by 선인장쌤

카페 사장이 된 당신을 한번 상상해보라.


따스한 햇살이 창문 틈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멋진 인테리어와 따스한 조명으로 장식된 예쁜 카페에서 첫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오늘의 디저트는 버터향이 가득한 크루아상. 미리 달궈놓은 스메그 오븐에 빵판을 넣자 곧이어 향긋한 빵냄새가 매장에 가득 퍼진다.


멋진 카페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은 필수다. 화창한 날씨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해본다. 밝은 선율이 보사노바 리듬에 맞춰 연주된다.


카페 오픈의 화룡점정은 에스프레소 체크다. 밤 사이 묵은 원두는 한 번 갈아내고 신선한 새 원두로 풍미 가득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시자 기운이 돌며 기분이 상쾌해진다. 잠깐의 여유를 즐기다 처음 들어오는 손님에게 밝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정말 멋지지 않은가?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면 현재 다니는 직장도 때려치겠다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낭만적 삶의 추구를 위해 카페 사장이 되고 싶다면 각오하시라. 나는 당신이 카페를 차리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진실들로 낭만을 산산조각 낼 것이니까.


나도 카페를 차리기 전까지는 몰랐다.


남향으로 낸 창문이 여름철 매장을 순식간에 한증막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인테리어 업체와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를.


단일 매장이 제빵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과 리스크가 투입되는지를.


저가 커피가 주변에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MBTI 테스트가 보편화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MBTI 정도는 꿰고 산다. 이 테스트의 신빙성 문제는 잠시 뒤로 제쳐놓고 창업을 준비하며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음가짐을 MBTI에서 살펴보자.


혹시 'T발롬'이라는 용어를 아는가? MBTI 테스트에서는 상황에 대한 판단과 반응에서 '감성적 접근'(F)을 주로 하는가 '이성적 접근'(T)을 하는가를 구분 짓는다. 가령, 친구가 "나 오늘 슬퍼서 빵 샀어." 라고 이야기 했을 때.


F인 사람: "아, 정말?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길래 그래?"


T인 사람: "무슨 소리야. 슬픈데 빵을 왜 사?"


라는 식으로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서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F성향인들과 T성향인들의 재미있는 논쟁거리로 알려지며 유행을 탔고, 친구를 위로해주려 하기보다 상황의 부조리를 꼬집는 T성향인들을 낮잡아 'T발롬'이라 부르며 밈(인터넷 유행어)이 되었다.


자, 그럼 내가 당신의 성향을 한번 맞춰보겠다. 만약 당신이 카페 창업을 목적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F'(감성형)성향일 것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상 이용자층 대부분은 감성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하물며 카페를 창업하고자 하거나 카페 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유는 카페가 '가장 감성적인 상업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다른 요식업 창업자와 카페 창업자를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이 된다. 당신이 삼겹살집, 짜장면집, 떡볶이집 사장이 아닌 카페 사장이 되기를 택한 이유는 당신이 감성적인 인간이기 때문인 것이다.(단순 예시일 뿐 타 업종에 대한 비방이 아닙니다.)


'아니, 카페는 감성이 아니라면서요?'


카페는 감성적인 상업공간이 맞다. 그러나 당신은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이다. 카페를 차리려고 하는 당신이라면 눈에 보이는 감성 그 너머를 투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을 휘어잡는 모든 감성 카페들 그 이면에는 철저한 계산과 수식이 숨어있다. 감성은 정교하게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의 포장지일 뿐 카페의 작동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Gemini_Generated_Image_t3l3j8t3l3j8t3l3.png 역설적이게도 감성을 전달하려면 치밀한 설계가 필수!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대문자T로 변신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앞으로 쓰여질 나의 글은 감성이라는 포장지 너머 존재하는 카페의 작동원리를 당신에게 설명할 것이고, 올바른 이해와 적용을 위해서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뜨거운 심장은 잠시 꺼두고 차가운 두뇌를 작동시켜라.



업종을 떠나서 매장을 창업한다는 것은 하나의 기계장치를 설계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영업의 기본 원리는 '이윤 창출'이다(이 점을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명심해라). 그리고 효과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잘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Buisness model)이 필요하며 그 설계 과정에서 '감성'은 의도적으로 배제해야 할 요소이다.


기계가 잘 작동하는 데에는 당신의 따뜻한 마음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톱니 바퀴의 갯수가 잘 맞아 떨어지는지, 유압 호스가 적당한 압력으로 설정되었는지, 엔진이 일정한 속도로 작동하는지 등을 정밀하게 계산하면 그만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유독 카페 창업자들이 지나치게 감성(감정)적인 방식으로 매장을 구상하고 창업한다는 데에 있다.


'따뜻하고 맛 좋은 커피를 아름다운 공간에서 제공하기'

'다양한 원두에 대해 섭렵하고 멋진 라떼아트를 그리는 바리스타가 된 나.'

'나의 취향이 반영된 컨셉으로(etc. 바이크, 플라워, 스노보드 등) 대중화를 이끌어나가기'


... 등의 멋지고 낭만적인 일들은 매장이 성공하고 나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상상은 강력한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카페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는 데에는 별 효력이 없다. 그러니 손님에 대한 당신의 따뜻한 마음, 빵과 커피에 대한 열정 등은 예쁘게 접어 잠시 보관하도록 하자.


카페를 차리기 전에 당신은 냉철하고 계산적인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


엔지니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점이 먼저 떠오르는가?


이과, 철저함, 무미건조, 전문가 ...


대체로 F인 우리와 거리가 먼 요소들이다.(나 또한 숫자에 약한 문과 출신이다.) 하지만 이 요소들은 사업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적 자질이다. 몸에 좋은 채소를 거부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다면 언젠가 몸에 탈이 나듯, 자기와 어울리지 않다며 변화를 거부한다면 언젠가 사업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Gemini_Generated_Image_yjy8vhyjy8vhyjy8.png 싫어도 해야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요!





오늘의 수업은 나의 글에 대한 접근을 감성의 영역(F)에서 이성의 영역(T)로 전환시키기기 위한 이정표에 가깝다. 앞으로 쓸 글들은 실용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으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모든 내용은 데이터와 현실에 입각하여 어쩌면, 카페를 차리려는 당신의 기를 죽일수도 있다.


이것은 응원글이 아니다!


나의 글은 수십여 곳의 카페를 직접 다녀보고 그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한 카페 시장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통찰,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쓰는 것이지 당신에게 정서적 안정감이나 위로를 주고자 쓰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글에 담긴 내용과 사실이 당신에게는 상처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정글에 가기 전에 말라리아 예방접종을 맞듯이, 나의 글이 카페 시장이라는 험난한 환경에서 예방 주사처럼 작용될 수 있길 바란다.


당신은 T로 변신해서 나의 지식과 노하우를 빨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다음 내용에서는 장사를 낚시에 빗대어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한 나의 비유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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