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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Feb 20. 2023

N잡러는 어떻게 되는걸까

모든 걸 접고 다시 시작하는 나

1월 말부로 퇴사를 했다. 큰 목표도 없이, 흔히 말하는 뒷배도 없이 무턱대고 퇴사를 선택한 나를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NGO,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 가고 싶지 않았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될까 무서웠다. N잡러가 되어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유튜브에 N잡러를 치면 모두 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무성했다. 교직을 과감히 포기한 사람, 디자인이나 IT 기술이 있는 사람, 뛰어난 제품 기획력과 경력이 있는 사람.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전공을 하거나 잘 하는 게 하나쯤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러개의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N잡러로 살아가고 있었다.


2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자유의 몸이 된 나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동안 회사 안에서는 내가 일을 무척이나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런 백그라운드 없이 나에게 일을 맡겨줄 사람이 있을까 싶었고, 만약에라도 일을 맡게 된다면 어떤 일을, 어떻게 받아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그 통로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12월에 창업을 했지만 우리는 아직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자본금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고, 그동안 난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2023년은 프리랜서로 살아보자는 거였다. 내 시간을 내가 자유롭게 쪼개쓰고, 가급적이면 내 힘으로 작은 돈이라도 벌 궁리를 해보고, 나에게 일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면 그렇게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다. 남들이 보기에 지금 이 시기에 해야 하는 일, 좋은 일, 나쁜 일 따지지 않고 내가 할 수 일을 하면서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방식을 고민하기로 했다.


내 딴에는 중대한 결정이자 다짐이었는데 시작부터 난 허우적거리느라 바빴다. 사람들에게 "저 이런일 할 줄 알아요. 저에게 일을 주세요"라고 자신있게 말 하려면, 내가 진짜 잘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겠더라. 교육 기획하는 업무를 잘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비영리 교육이 아닌 공교육이나 사교육 시장에서 내가 그들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특별난 재주를 가졌나? 카드뉴스나 포스터 같은걸 만들줄 알고 나름 센스있게 해낸다고 생각했었지만, 그 결과물을 디자이너들과 비교했을 때 내 콘텐츠가 냉정하게 승산이 있나? "된다"보다는 "안된다"가 더 많았다. 그래서 퇴사 후 1~2주는 기뻤지만 좌절했고 설렜지만 불안했다. 


그리고 3주째부터는 하루 하루를 잘 살아보자고 나와의 약속을 걸었다.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여러개 시작해두었고, 끄집어내기 보다는 내 안의 내면을 채우며 오늘을 살고 있다. 기분 좋은 새소리 음악으로 아침을 열고 따뜻한 차한잔에 인센스 하나 피우며 잠에 드는 이 행복이 언제 또 나에게 와줄지 모르니까. 아직도 난 N잡러가 어떻게 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N잡러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2023년은 남이 시켜서 하는 일 말고, 해야 하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전념하면서  달력을 채워볼거다. 스스로 멋지고 칭찬해주고 싶었던 나의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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