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향기 한 병이 남긴 세 개의 이야기

by 까칠한 한량

늦은 오후, 골목의 풍경은 늘 조금 더 따뜻하다. 가로등 불빛이 서서히 켜지고,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커피 향과 라디오의 낮은 선율,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웃음소리—그 모든 것이 기억의 표면을 부드럽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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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기억을 모으는 사람이었다. 영화관 좌석의 찌그러진 쿠션, 낡은 영화 포스터의 모서리, 동행하지 못한 여행에서 남은 표 한 장과 손목에 스민 향기까지, 사소한 물건과 냄새들이 내 안에서 한 편의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그런 조각들로 엮은 세 편의 작은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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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의 향수로 시작된 그리움과 설렘, 바벨탑처럼 쌓아 올렸다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린 연애의 기록, 그리고 된장찌개와 달빛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다시 맺는 재혼의 풍경—각 이야기는 독립된 빛을 내지만 결국 같은 책상 위의 사진처럼 서로를 비춘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소유할 수 없는 것을 끝없이 그리워하고, 완성되지 못한 것들의 잔해에서 위로를 찾아내는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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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위로의 기록이다.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름이 바뀌어 우리의 귀에, 가슴에 다른 방식으로 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