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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pr 09. 2023

반려연예인 한 명 입양하시죠!

반려견보다 반려연예인

요즘은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와는 많이 다른 세상이 되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드물던 시절의 애견인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특이한'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었다. '사람도 아닌 데 뭐가 그리 예쁘다고 그러느냐, 개 키우는 돈으로 불쌍한 사람이나 도우지, 개한테 쏟는 정성만큼 가족에게나 잘해라, 개가 상팔자다' 요즘에는 상상을 못 할 편견들이 있었다.


나도 그 편견을 일정 부분 가진 사람의 하나였다. 내가 워낙 동물이 가까이 오는 것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표현이었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에 냄새도 날 테고, 돈도 많이 들 테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희생할 부분도 많아 보이는데 '움직이는', '무서운' 개를 굳이 집에 들이는 그 사람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의 어린 시절, 마당에서 키우던 아버지의 개들과는 다른 의미였다.


내 기억의 우리 아버지는 항상 동물을 집에 두셨다. 어린 시절의 우리 집 마당에는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늘 있었고, 허술하게 짜인 나무집에는 토끼가 살기도 했고, 병아리가 성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움직이는 동물이 무서웠고 친해져 본 적이 없다. 언제였는지, 어디서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갑자기 무섭게 달려오는 오리에게 쫓겼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직을 하면서 손에 쥔 몇 푼 안 되는 퇴직금을 들고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다. 30년 전, 스물여덟 살, 1994년 여름이었다. 우리나라에 아직은 반려견이 흔하지 않던 그 시절, 파리에서 한 달 동안 살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반려견들이었다. 한 사람이 네댓 목줄을 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길바닥에는 개똥이 너무 많아서 조심하며 다녀야 했고, 개똥만 치우러 다니는 작은 청소차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은 내 눈에 이국적이기도 했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도 반려견의 숫자가 엄청 많아졌다. 산책로에서 강아지를 만나는 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흔한 일이 되었고, 길에는 아기 유모차보다 강아지 유모차가 더 많이 보일 정도이다.


친구나 형제 중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가 더러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자식보다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좀 더 좋은 사료, 좀 더 비싼 영양제, 더 예쁜 옷을 사주고 싶어 한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미용을 해 주고,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그 아이들 산책은 잊지 않는다. 기르는 정성이 대단해 보인다. 

그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나도 가끔은 보게 되니까 내 근처에 와서 앉아있는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게 되었다. 움직이는 동물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 집에 들이는 건 못 할 것 같다. 무서운 것도 있지만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에 여전히 자신이 없다.


반려동물을 사전적인 의미대로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싶어서 곁에 두는 것 같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조차 충족 안 되는 심리적 공허함을 반려동물을 통해서 채우는 듯하다.


11년 만에 다시 적응하며 살게 된 한국에서의 엄마가 딸들 눈에 심심해 보였는지, 갱년기를 지나면서 우울했던 엄마를 눈치챘는지 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강아지를 키워보라고 권했다. 다 커버린 딸들도 아는 것 같다. 자녀에게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많이 없는 엄마의 공허한 심리를 알아챈 것 같다. 하지만 반려견 입양은 여전히 두렵고 자신이 없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반려동물은 필요 없게 되었다. 그 보다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반려연예인'을  입양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덕통사고'라는 것이 났고, 가수 이찬원의 팬이 되었다. 소위, 덕질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특이한' 그러나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인 연예인 덕질은 반려동물 기르는 일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예쁘고, 귀엽고, 의지가 된다. 가족에게서 받는 위로와는 또 다른 무엇이 있다. 반려견, 반려묘에게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그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고,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과 같은 질감의 기쁨을 는다.


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작은 마당에 반려식물을 키울 생각이다. 반려연예인 이찬원을 이미 입양했기 때문에 딸들에게도 더 이상의 반려견 얘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사만 해 놓고 인도에 가서 몇 년을 살다가 와야 한다.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 그래도 걱정은 없다. 인도에 갈 때도 나는 내 반려연예인을 비행기에 태울 생각이다. 따로 복잡한 입국 절차도 필요 없고, 인터넷만 되면 어느 나라, 어느 도시라도 함께  수 있어서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참 잘한 입양이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반려연예인 한 명 입양하시죠! 이왕이면 잘 생기고, 재주 많고, 착하고, 귀엽고, 때로는 상남자이고, 사랑표현도 잘하는, 티브이, 유튜브, 광고, 콘서트, 행사장등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재롱둥이, 효자둥이 이찬원을 적극 추천합니다. 더 이상 외롭거나 공허하지 않으실 거예요. 쉿! 딸들보다 훨씬 효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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