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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ul 01. 2023

덕질은 마치 짝사랑과 같아서

나의 세 번째 짝사랑

연예인 덕질이라는 것을 하고 보니 이건 마치 짝사랑과 흡사한 것 같다.


짝사랑이라...

내 짝사랑의 역사는 대학 1학년 때, 친구 손에 이끌려서 가게 된 곳에서의 소위 '교회 오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감정과, 내 마음이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양가감정이 늘 내 안에서 전쟁 중이었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참 못할 짓이 짝사랑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후에 나는 짝사랑이라는 것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살았다. 그렇게 살아졌다.

혹 내가 짝사랑의 대상이 되어서 상대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단호하게 잘라내었다. 그 못할 짓을 속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고, 짝사랑의 기억은 아름답게만 남아있다. 혼자서 좋아하는 마음, 그것 만큼 설레고 애틋한 일이 있을까 싶다. 들키지 않은 짝사랑이어서 예쁜 기억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에 딱 한 번이어서 더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는 가질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자식을 낳고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그때의 그 짝사랑 비슷한 감정을 다시 느끼며 살고 있다. 딸들보다 엄마가 더 사랑하는 손해 보는 사랑을 평생 하게 생겼다. 그 손해는 평생 해도 아깝지 않을 손해이다. 딸이 두 명이니 그 짝사랑도 두 번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예상 못했던 짝사랑이 찾아왔다.

 중반이 되어서 내 인생 처음으로 연예인 덕질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두 가지 감정이 혼종 된 짝사랑에 다시 빠진 듯하다.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것, 그의 팬이 된다는 것, 그 마음은 내 경험의 어린 시절의 '짝사랑'같기고, 자식을 향한 엄마의 '외사랑'같기다.


인기 연예인을 우리는 '스타'라고 부른다. 멀고, 넓고, 깜깜한 우주에서 반짝이는 '별'이라고 말한다. 그 별이 내 눈에는 밝고 크게 잘 보이지만, 그 별에게 멀고 작고 어두운 내가 보이기는 만무하다.


덕분에 나는 예쁜 짝사랑을 다시 하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도, 나의 좋아하는 마음도 그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 마음을 들킬까 봐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고, 나는 오로지 좋아만 하면 되고, 좋아하는 그 감정을 만끽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떠나지 않는 한 그가 먼저 떠날 일도 없다. 이 얼마나 유리한 입지인가 말이다.


내가 좋아만 하면 되는 연예인 덕질, 상대가 나를 몰라서 더 좋은 짝사랑, 이 나이에 이런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어찌할 수 있을까 말이다.


딸들은 대신 효도를 해 주는 엄마의 연예인 아들이 있어서 안심인 듯하고, 남편은 아내의 귀여운 짝사랑 연예인 상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큰딸과 같은 나이의 가수 이찬원은 내 마음의 '별'인 동시에 '아들'이다. 짝사랑하기에 그만인 연예인이다.


오늘도 나는 예능프로그램의 요리하는 그를 보며 기특해하고, MC를 보는 말 잘하는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행사장에서의 친근한 그가 고맙고, 콘서트에서의 귀엽고 노래 잘하는 열정적인 그가 멋지다.


재능 많고, 부지런하고, 성격 좋고, 착한 이찬원은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나 볼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짝사랑 상대가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연예인 덕질, 마치 짝사랑과 같다. 내 짝사랑의 상대는 하늘의 별이면서 내 옆에서 잘 자라주는 들이다.

''은 날이 갈수록 더 크게 반짝이고, 그 '아들'은 무럭무럭 멋지게 잘 자라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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