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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Mar 07. 2023

연예인 덕질, 오해했었다.

오해가 이해로, 이해가 즐거움으로.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오해하며 사는 경우가 다. 아줌마가 되기 전에는 치열함을 우악스러움으로 오해했고, 크리스천이 되기 전에는 간절함을 가식으로 오해했고, 엄마가 되기 전에는 책무를 욕심으로 오해했고, 서울에서 살기 전에는 비싼 집을 깔고 사는 일을 어리석다고 오해했다.


오해하며 산 일이 설령 이것뿐일까?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는 온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른다', '관심 없다' 정도에서 멈추어야 하는데 대게는 편견을 가지게 되고, '긍정적'보다 '부정적'으로 판단하게 될 때가 많다.


'나는 하고(되고) 싶지 않아', '나는 하기 싫어', '나는 관심이 없어'가 '너는 이상해', '너는 이해가 안 돼', '너는 향이 독특해'가 되어 버린다. 그러다가 우연이든, 선택이든, 필연이든 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순간이 오면 내가 편견을 가졌었고, 오해를 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아줌마, 크리스천, 엄마, 서울시민과 마찬가지로 '연예인 덕질'이 나에게는 그런 수많은 오해의 경험 중의 하나이다.
어쩌다 보니 이찬원의 팬이 되었고, 덕질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이곳에 발을 들이기 전에는 역시 이 세계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가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연예인에게 시간 낭비를 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고작'이라고 치부했었다.


학창 시절에는 홍콩 배우 책받침 사진을 들고 종일 그 얘기만 하던 친구가 귀찮을 지경이었고, 티켓이 생겨서 우연히 간 조용필 콘서트에서 '오빠! 오빠!'를 외치는 아줌마(위에서 말한 '아줌마'를 오해하던 때)들의  함성 소리에 가두리를 당했던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큰딸이 가수 덕질을 할 때도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던 내가 누군가는 알지 못해서 오해할지도 모르는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세계에 들어와 보니 유덕화의 사진 얘기가, 오빠를 외치던 함성이, 외국으로 가는 이삿짐 박스에 소중히 넣던 슈퍼주니어 화보가 이해가 되었다.


관심이 생기고, 좋아하는 대상이 연예인일 뿐, 다른 어떤 취미와 다를 것이 없었다. 노래를 좋아하고, 연기에 심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래하는 사람, 연기하는 사람에게 까지 마음이 가게 되어서 연예인 덕질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화초를 좋아하고, 반려견, 반려묘를 좋아하듯이, 골프를 치고,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듯이 그 대상이, 그 즐거움이 연예인이 된 것이었다.


오해를 했었다. 가족, 친구, 이웃이 있는데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연예인에게 귀한 시간과 마음을 할애하는 그 심리를 알지 못했다. 화초, 반려 동물, 골프, 그림, 뜨개질에 가족, 친구, 이웃과 별개로 마음시간을 투자하듯이 연예인 덕질도 별도의 마음 한구석을 내어 주는 것이었다. 내어 준 그 마음 조각 하나가 내 에 활력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찬원의 팬 '찬스'이다. 이찬원을 덕질 중이다. 내 마음의 작은 문간방 하나를 이찬원에게 내어 주었더니 모르고 살았으면 억울했을 뻔한 다양한 경험도 하게 되었고, 한층 더 재미있어진 인생이 되었다. 그 문간방이 빈 방이 되거나 세입자가 바뀌게 될 날이 올까 봐 걱정이 될 정도이다.


오해를 했었다. 연예인 덕질.

이렇게 재미있는 세계가 있는 줄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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