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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Mar 31. 2023

이찬원이 좋아졌다. 트로트가 좋아졌다.

노래 취향이 바뀌었다.

"도 나이가 들었네. 트로트를 다 좋아하고." 종종 얘기이다.

'나이가 들어서 트로트가 좋아진 것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 내가 듣는 노래는 거의 트로트이다. 가끔 예전에 좋아했던 발라드나 팝을 듣기도 하지만 이내 시시하고 지루해져서 바로 트로트로 바꿔버린다. 요즘 나의 음악 취향은 트로트이다. 그렇게 되었다.

관심이 없고 몰랐던 분야인데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관심도 생기고 알아지고 급기야 좋아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에게는 '트로트'가 그런  중의 하나이다.


우연한 계기로 어린 트로트 가수 이찬원의 팬이 되었다. 노래 경연은 모두 끝나고 마지막 순위 발표의 순간, 3위 수상소감을 하던 귀엽고 착한 그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노래를 너무 잘했지만 트로트에 아직은 마음이 열리지 않아서 노래가 좋다거나 그 노래를 자꾸 듣고 싶다는 생각은 없을 때였다.


그런데 이찬원의 팬이 되고 보니 이찬원이 부르는 트로트를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자주 듣다 보니 트로트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몰랐던 것을 알게도 되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던 노래는 트로트 중에서도 정통트로트였고, 내가 발라드라고 알고 듣던 노래 중에는 트로트인 것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순한 멜로디, 손발이 오그라드는 노골적인 가사, 다소 부담스러운 꺾기, 여전히 듣기는 힘든 장르였지만 이찬원의 중저음 음색이 좋아서 몇몇 노래는 다시 찾아서 듣기에 이르렀다.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음색과 감성으로 부르는 어린 가수의 트로트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관심이 없었던 트로트, 감상용은 아니었던 음악장르, 자꾸 듣다 보니 귀가 열리기 시작했고, 마음이 닿기 시작했다.

단순한 멜로디는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게 했고, 직설적이고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가사는 그 이유로 마음이 쉽게  흔들렸고, 듣기 거북했던 꺾기는 묘한 전율로 다가왔다.

발라드보다 감미롭고, 락보다 흥겹고, 성악보다 깊이가 있고, 힙합의 가사보다 귀에  꽂혔다.


트로트의 매력을 알게 되니까 외려 묵직한 정통트로트가 좋아졌다. 짙은 감성의 정통트로트는 어떤 노래장르보다 깊이가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트로트야말로 인생을 노래하고 마음을 터치하는 좋은 노래였다.

음악 장르는 많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노래는 트로트인 것 같다. 전주가 나오면 따라 부를 노래에 트로트가 한곡쯤은 있고, 노래방에서 누구나 한 번쯤 부르는 노래가 트로트 아닌가! 음악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대중의 한 사람인 나는 그래서 트로트야말로 진정한 대중음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이찬원이 좋아졌다. 귀엽고 착하고 성격 좋고 재능 많은 이찬원의 팬이 되었다. 이찬원의 트로트에 대한 진심을 알고부터 그가 부르는 트로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의 정규앨범 1집 열곡이 모두 트로트곡인 것도, 트로트의 다양한 장르를 선 보인 것도 이찬원의 트로트를 대하는 마음인 것 같아서 그의 정규 첫 앨범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트로트가 흘러간 옛 노래라는 편견을 깨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라는 것을 당당하게 입증할 그 선봉장에 서기 위해 지원했다'는 이찬원의 트로트오디션 참가신청서의 당찬 지원 동기가 단순히 미사여구로 그치지 않고 그의 말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 남녀노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나이다.


트로트가 좋아졌다. 나이가 들어서 트로트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이찬원 덕분에 몰랐던 음악 장르를 알게 되어서 그 노래가 좋아진 것이다.


이찬원이 좋아졌다. 그래서 트로트도 좋아졌다.







topclass 2020년 11월호

이찬원 터뷰 발췌


Q 트로트는 어떤 장르일까요?

A 그 생각을 진짜 많이 했는데요. 트로트란  한과 흥이 공존하면서도 한을 흥으로 승화시킨 장르라고 생각해요. 들여다보면 어떤 트로트 곡이든 양면성이 있거든요. 슬픈 노래인데 멜로디가 밝다든지, 희망적인 노래인데 멜로디가 슬프다든지, 아니면 한럽고 슬픈 가사여도 결론은 극복해 내겠다는 희망을 담는 식으로요.


Q 이찬원 씨에게 트로트란 뭔가요?

A 평생 순애보를 바친 애인, 이제까지 한 번도 헤어진 적 없고, 앞으로도 헤어질 리 없는 평생의 동반자이자 반려자 같은 존재예요. 저는 단 하루도 트로트 없이는 살 수 없어요. 평생 트로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듯, 앞으로도 제 영혼과 마음을 트로트와 함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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