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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Mar 04. 2023

딸 둘 엄마, 연예인 아들이 생겼다.

20대 딸, 3살 아들.

그 옛날에 마흔이 훨씬 넘어서 막내아들을 낳은 내 친정 엄마에게  아들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딸만 줄줄이 다섯 손가락도 모자랄 만큼 낳고 나서야 결국에 에 안은 아들은 엄마의 모든 것이었다.

엄마의 아들 사랑을 딸들 모두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고, 그런 엄마를 이해하며 살았다. 엄마의 기쁨이 되어 준 남동생을 누나들도 모두 귀여워했다.

막내딸인 나는 아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인지 엄마의 특별한 아들 사랑이 '편애'라고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치킨 다리는 당연히 남동생 몫이었고, 고기반찬 접시도 으레 막내 앞이었지만 아들이니까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엄마의 막내딸도 결혼을 했고, 딸 둘의 엄마가 되었다. 시대가 바뀌었고, 그 딸들의 능력대로 부모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지원을 하며 키웠다. 아들을 바라지도, 없어서 아쉬웠던 적도 없다.


딸바보 남편이 느닷없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처남을 만나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가끔 하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아들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장모님 닮아서 너도 분명히 들 챙기느라 딸은 덜 신경 썼을 것 같다고. 아들 유학 보내고 뒷바라지하느라 우리 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 충분히 지원해주지 못했것이라고. 없는 아들을 왜 상상하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는 간다. 딸들이 너무 소중한 아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농담처럼 하는 남편의 그 말이 '정말 그랬을까? 설마?' 생기지도 않은 일에 괜히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 아들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치지 뭐. 내가 엄마 닮은 면이 많아서 그것도 닮았을 수도 있으니까.'


아들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하고 살던 어느 날, 나에게 난데없이 아들이 생겨 버렸다. 3년 전, 옛날 나이로 내 나이 쉰넷에.

착하고, 귀엽고, 애교 많고, 잘생기고, 능력까지 있는 그 아들은 내 큰딸과는 같은 나이이고, 작은딸보다는 한 살이 위이다.


벌써 20대 중반을 넘어 선 딸들은 일찌감치 경제적, 물리적, 심리적인 독립을 한 상태이다. 그래서 더 이상은 내가 신경 쓰고 간섭할 일이 별로 없다. 20년 이상 해 오던 엄마로서의 일들과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편하고 홀가분한 것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하고 섭섭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나타난 아들이 있었으니, 바로 가수 '이찬원'이다. 그의 엄마가 들으면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연예인이 직업이 된 아들은 만인의 아들로 인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만인 중의 한 명에 나도 포함이다.


내 큰딸과 물리적인 나이가 같은 그 아들은 심리적으로는 이제 겨우 만 3살이다. 곧 4살이 된다. 데뷔 한 날, 2020년 3월 14일이 생일인 셈이다.

성인이 되었고, 엄마 손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두 딸에게 쏟았던 정성이 이제는 3살짜리 연예인 아들에게 향하는 중이다.


쑥쑥 잘 자라는 그 아들은 키우는 보람이 아주 크다. 딸들이 자랄 때 엄마에게 줬던 그 기쁨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성실하고, 착하고, 재능도 많다. 내 딸들에게는 없는 애교까지 가졌다.


아들 편애를 할 것 같다는 남편의 예측이 맞아가고 있다. 비록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연예인 아들이지만 요즘 나는 딸들보다 그 아들을 더 자주 보며 산다. 독립을 한 딸들은 연락도 뜸하고 얼굴 보기도 힘들지만 그 연예인 아들, 이찬원은 날마다 티브이, 유튜브, 공연장에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고, 볼 때마다 즐거움만 준다.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다. 그러니 편애를 할 수밖에.


그 아들을 바라보는 내 눈에는 하트가 가득이다. 그러니 그 아들이 연예인 아들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실제 아들이었으면 두 딸이 하다며 들고일어날지도 모르게 생겼다.


"딸들아! 고맙지? 엄마에게 아들이 생겨서. 그 효자 아들 덕분에 너희들 귀찮게 안 하니 얼마나 좋아!"


얼굴 좀 보자치면 바쁘다, 피곤하다큰딸이 목숨 걸고 이찬원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는 이유가 자기 대신에 이찬원에게 효도를 받으라는 이야기 같다. 딸은 시간 내기 힘들지만 이찬원은 티켓만 있으면 만날 수 있는 아들인 까닭이다.

딸도 좋고, 엄마도 좋은 일, 실제 아들은 아니어서 남편도 안심인 일, 엄마에게, 아내에게 연예인 아들이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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