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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pr 08. 2023

엄마, 할머니 팬덤이 몰려왔다.

다시 부는 긍정의 치맛바람

팬덤..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이르는 말로, 통상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팬 집단을 일컫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렇다. 나는 특정한 인물(이찬원)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팬집단(찬스)에 속해있다. 50대 아줌마가 딸 또래의 20대 가수의 팬이 되었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


50대 중후반의 나이에 이런 일이 생겨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내가 재미있고 즐거운 일에 눈치 보지 말고 모두 하고 살자는 인생관이 갱년기를 지나고 50대가 되면서 더 확고해졌고, 그 영역에 마침 이찬원이 들어온 것뿐이다. 그의 팬이 되고부터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이찬원의 팬인 나는 그의 팬덤 '찬스' 중의 한 사람이다. 현재 이찬원의 공식 팬카페 회원수는 5만 명이 훌쩍 넘는데, 나는 회원수 3만 명쯤일 때 팬카페 가입을 했다.

이찬원 팬들의 기부 기사를 접하고 나서 가수 이름으로 하는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팬카페에 발을 들였고, 이후에 공식 팬카페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공식 팬카페 가입, 그 일이 내 덕질의 시작이 되었다. 그곳에 가보니, 노래나 듣고 티브이, 유튜브나 보며 예쁘다, 잘한다고만 하던 나는 진정한 팬이 아니었다. 팬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고, 익숙해지기까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팬카페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도 생소했고, 투표를 해야 하는 곳도, 봐야 하는 것도, 좋아요를 눌러야 하는 곳도 너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들어서도 안되었다. 리스트대로 음원 스트리밍이라는 것을 해야 했다.


낯설어서 어려운, 그래서 재미는 있었던 덕질의 시작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가 덕질 초기에는 큰 부분을 차지했다. 젊은 사람들만 하는 영역에 나도 함께 동참하는 즐거움도 있었고, 나의 재미와 작은 수고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게 상을 안겨주고 이름을 알리는 데 보탬이 된다는 만족감이 있었다.


50대 중반이었던, 또래들 중에서는 스마트폰을 좀 만지는 편이라고 자부했던 나였지만 팬카페의 다양한 응원법을 배우고 따라가기에 조금은 숨이 찼다. 그곳의 팬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고, 그래서 열심히 활동 중인 팬들의 연령대가 40대 이하, 많아도 50대 정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은 가수뿐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 중인 이찬원이지만 그 시작이 보수 채널의 트로트 오디션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평균적인 팬들의 연령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5,60대 이상, 70대들도 많이 보인다.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상의 댓글을 보거나 오프라인의 콘서트 현장에서 보이는 비율이 아무래도 그렇다.


5,60대는 물론이고, 70대, 많게는 80대 팬들은 젊은 팬들보다 오히려 더 열정적이다. 젊은 팬들이 가르쳐주는 팬덤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고, 못 다루던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들도 습득하면서 덕질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자식을 다 키웠고 사회생활에서도 한걸음 물러서 있는 그들이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긴 이유가 아닐까 한다.

거기에 엄마, 할머니 마음이 보태져서 그들이 덕질에 쏟는 에너지는 입을 쩍 벌리게 한다.


티켓을 어떻게라도 구해서 콘서트를 다니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팬덤 색깔의 굿즈를 온몸에 휘감고 다닌다.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전국 축제나 기업체 행사 무대에 초대가수로도 많이 서는 이찬원 덕분에 엄마, 할머니 팬들은 수십대 버스로 전국을 따라다닌다. 엔딩 무대에 서는 이찬원을 보려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문제도 아니고, 앞자리에 앉고 싶어서 새벽부터 기다리는 경우도 다.

소풍을 다니듯이 전국을 따라다니며 축제를 즐기고 지역특산물을 산다. 내 가수 이미지를 생각해서 행사장 뒷정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다.


이찬원이 출연하는 티브이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며 요일별로 시간을 기억해서 티브를 켜고, 광고효과를 증명해 보여서 또 다른 광고 모델도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찬원이 광고하는 제품은 모두 사 들인다.

앨범 판매량을 솔로가수 상위 랭크에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결국에 목표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하고야 만다.


치맛바람도 그런 치맛바람이 없다. 합법적인 치맛바람, 엄마, 할머니의 사랑이다. 이찬원은 그들에게 연예인을 넘어선 아들, 손자가 된 듯하다.


이찬원 팬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유치원생부터 90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른다. 2,30대의 이찬원 또래 팬들도 물론 많지만 5,60대 이상 팬들이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현역에서 바쁘게 살아야 하는 젊은 팬들의 손이 미처 못 미치는 곳곳에서 엄마, 할머니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 중이다.


팬덤, 이제는 더 이상 10대, 20대들만의 용어가 아니게 되었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새로운, 특별한 연령층의 팬덤을 몰고 다닌다. 트로트 오디션이 배출한 스타 가수들의 팬덤은 아이돌 가수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엄마 팬들과 할머니 팬들이 우리나라 가요계에 막강한 파워를 가진 연령층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이돌 가수의 판이었던 가요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새로운 팬덤 문화가 시작되었다. 그 팬덤은 강력하고 끈끈하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고,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엄마, 할머니 사랑을 가졌다. 내 자식을 키운 정성으로 내 가수를 키워내고 있다.


가요계에 엄마, 할머니 팬덤이 몰려왔다. 이찬원의 팬덤 '찬스'가 그러한 팬덤 중의 대표 팬덤이다.  아직 20대인 이찬원의 재능과 인성과 성실성을 좋아해서 모인 다양한 연령층의 팬덤, 특별히 엄마, 할머니 팬들의 활약이 눈부신 팬덤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를, 특히 그의 미래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팬덤이다.


아직엄마 팬의 한 명인 나는 할머니 팬이 되어있을 나와 그때의 이찬원을 상상도 해 본다. 내가 70대가 되면 이찬원도 40대가 되니까 나는 여전히 엄마팬인가? 엄마여도 좋고, 할머니여도 좋다. 지금도 '찬스'이고, 그때도 변함없이 '찬스'일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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