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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국

늦게 펴서, 오래 피기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지탱해 내는 삶이 버거웠다.


뙤약볕에 살갗이 타는 고통에도

무너지지 않을 다짐을 했고,

빗물에 어깨가 무겁게 짓눌려도

꺾이지 않을 끈기가 있었다.


그늘 아래 침묵은 눈물 삼킨 인내였다.


욕심부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끝끝내 곧추세우고 우뚝 솟았다.

세상을 향해 당당히 얼굴을 내밀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배어 나오는 우아함이 멋스럽다.


살아남아서 예쁘다.

오래 살아서 아름답다.


늦게 피고, 오래 피는 네가 승자다.






8월의 정원에 하얀 목수국이 풍성하게 펴있다.

더위와 폭우에 여름꽃들 대부분이 맥을 못 추는데, 작은 정원을 목수국이 어엿하게 지키고 있다. 늦게 펴서 오래 펴있는 목수국이 여름 정원에 존재감이 확실하다.

버티면 이긴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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