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묻고 견뎌서
봄을 틔우고 피워서
여름을 키우고 익혀서
마침내 떨어뜨렸다.
가을을.
겨울과 봄과 여름을 여물게 채워서
마침내 무겁게 떨어졌다.
가을이.
단단한 인격으로 익어가기를.
튼실한 신체로 곧게 서기를.
그렇게 되기를.
내 중년의 가을도.
잘 익은 무거운 감이 계절의 결실 같아서,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을 잘 지낸 가을의 결과물 같아서, 내 인생의 가을도 단단한 감 같기를 바라본다.
<이찬원, 내 인생의 찬스> 출간작가
10대, 딸부잣집 막내딸. 20대,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30대, 연년생 딸 둘의 엄마. 40대, 인도 주재원 남편의 아내. 50대, 글을 쓰기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