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키만 자라서
자란 키가 잡풀 같아서
몇 번이고 자르고 싶었다
작년에 핀 꽃은 기억도 없고
비만 맞으면 어수선하게 넘어져서
정원가위를 수없이 들었다 놨다
안 자르길 잘했다
가을비 몇 번에 연보라 예쁜 꽃이 많이도 폈다
잡초 같았던 풀 끝에
보란 듯이 작은 꽃이 무성히 달렸다
댕강 잘랐으면 어쩔 뻔했나
스르르 핀 이 예쁜 놈을 못 볼 뻔했다
기다리길 잘했다
성급하지 않길 잘했다
급한 내 성격이 잘도 참았다
기다릴 줄도, 참을 줄도 알아야
행복이란 놈이 기어이 내게도 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