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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겨울을 묻고 견뎌서

봄을 틔우고 피워서

여름을 키우고 익혀서

마침내 떨어뜨렸다.

가을을.


겨울과 봄과 여름을 여물게 채워서

마침내 무겁게 떨어졌다.

가을이.


단단한 인격으로 익어가기를.

튼실한 신체로 곧게 서기를.

그렇게 되기를.

내 중년의 가을도.




잘 익은 무거운 감이 계절의 결실 같아서,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을 잘 지낸 가을의 결과물 같아서, 내 인생의 가을도 단단한 감 같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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