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웃거리던 겨울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단풍이 탁해지는 틈사이로

겨울이 기웃거린다


정원 식물 위에

사르르 들어앉았다


모두가 잠든 때에

슬그머니 내려앉았다


고요히 들어 선 정원에

스산한 기운을 뿌려놓았다



건조한 나무 사이로 빼꼼히

겨울이 기웃거린다


목련나무에도, 보리수나무에도

부르르 떨며 지나간다


벚나무에도, 배롱나무에도

거칠게 흔들어대며 흩뿌린다


세차게 지나간 마당에

가득가득 마른 잎을 덮었다



겨울이 기웃거리는데 가을을 놓지 못한다

연한 잎은 서리를 맞았는데

단풍잎만 쳐다보며 아닌 척한다



입동이 지났다


기웃거리던 겨울이

내 정원에도

내게도

이미 들어앉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을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