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란 유화물감을 덕지덕지 칠했다
칠하고 칠하고 또 칠을 했다
노랑이 아니면 가을이 아니란 듯이
두껍게 덧칠을 했다
싯누런 은행잎이 켜켜이 쌓였다
쌓이고 쌓이고 또 쌓였다
누렁이 아니면 가을이 아니랄까 봐
두텁게 괴고 또 괴었다
눈치 없는 빨강이
코치 없는 빨강이
염치없이 빨강이
빨강이 빨강이 빨간 단풍잎이
노란 기름 위에
섞일 수 없는 물을 기어이 떨구었다
증발하고 말
빨간 수채물감을 기어코 얹었다
사라지고 말
마지막 명작을
가을의 끝에 끝내 완성시켰다
은행잎도 단풍잎도
화려하게 끝맺은 가을 숨결이었다
노랑도 빨강도
전시회 마지막에야 내린 가을 회화였다
자연의 갤러리는
겸손한 나뭇결빛이거나
순결한 눈색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바람의 찬 흔적이라도
그런 겨울을 걸 채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