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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17. 2023

주경야독




평생교육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낮시간에는 글쓰기수업, 독서모임,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저녁에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 첫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놓칠 뻔했다. 5시 30분에 도서관에서 카페 공지사항과 학습계획서를 프린트하고 준비하면서 다음 주 오리엔테이션을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눈을 씻고 다시 보았다.

오리엔테이션 날짜가 바로 오늘 6시였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가 차키와 가방을 챙겨 들고 학교로 달렸다.

길이 막히는 시간이라 6차선에서 좌회전 차선에 끼어들기를 하지 못하고 유턴을 했다.

겨우 6시 5분에 도착했다. 낯선 학교 생활에서 뭔가 놓친 것은 없는지 안절부절했다.

듣고 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어떻게 운영되는지 감이 조금 잡혔다.



배우는 것을 그렇게 많이 해 보았는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배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험도 봐야 되고 학점관리에 틈틈이 쏟아지는 과제까지 하려니 부담이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첫 수업부터 뭔가 빠뜨리는 것은 없을까? 침침해진 눈에 힘을 주고 꼼꼼하게 카페에 올라온 자료들을 살펴보고 또 살펴봤다. 이름과 메일 주소 전화번호와 날짜 같은 중요한 부분에 형광펜을 그었다.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먼저 와 있는 학생이 있었다.



교실을 빽빽하게 채운 학생들 사이로 서먹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교수님의 첫마디는




여러분 헤치지 않습니다.


 

였다. 얼굴이 다들 무서워 보인단다. 너무 잘하려고 하니까 그런 거란다. 성적표가 좀 알록달록 하면 어떻습니까?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한 말씀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졸업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강의를 들으니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과목들은 흥미로웠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잘 배워 나누는 삶 그런 삶이 나에게 꼭 실천되길 바라며 늦은 밤의 공부는 계속된다. 1년 후에 나에게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길 기대하면서.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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