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위나 Apr 23. 2022

햇빛에 눈이 부시다

통도사, 촉석루, 해인사의 햇빛





 경남 양산 영취산 통도사


 바람이 몹시 불던 그날 밤, 외풍 부는 온돌방에서 일찌감치 잠이 들었다. 그리고 또다시 캄캄한 새벽에 이틀째의 여정을 떠났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양산의 통도사였다. 절 입구에서 그 유명하다는 뼈해장국으로 아침 공복을 채우고 넓디넓은 천년고찰에 마음을 풀었다. 점점이 씨눈을 가지에 붙인 채로 늘어선 나무들을 보면서 몇 주 후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봄을 피울 그 모습을 상상하였다.

 저만치에서 사람들이 몰려있다. 눈망울을 살짝 터뜨린 매화 한그루를 둘러싼 그들의 찬사는 찰칵거리는 소리로 대변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들 틈에 끼어서 부끄러운 핸드폰을 들고는 어린 막내의 수줍은 보조개와 청초한 매화를 어렵게 담아냈다.

 통도사는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재건, 복원을 거듭하며 이 자릴 지켜왔다. 우리 역사를 나타내 주고 있는 오래된 사찰로 말없이 천년을 지켜온 것이다. 아침햇살이 차츰 빛을 내어 절 마당 가득히 환하게 눈이 부시는데 대웅전, 영산전.. 목조건물들의 나무 빛깔이 햇빛과 하나가 되어간다. 어떤 색을 나타내려고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나무의 빛깔이 몇 백 년을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햇빛을 받아먹고 세월을 간직한 사찰의 신비를 드러내고 있다.

 나무 건물은 옷을 입지 않았다. 살갗이 벗겨지고 때가 타고 거칠었다. 하지만 그들만의 화려한 눈부심은 아침이슬만큼이나 단아하면서도 싱그럽다. 대웅전의 문살을 만져보았다.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나무의 온기와 촉감이 전해졌다. 황토빛깔의 문살은 금불상의 노란빛을 대신하였고 금불상 자리에는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금강계단이 햇빛과 함께 대웅전 안을 비춰주고 있다. 그 안에서 불자들은 불심을 태우고 있었다. 나도 천년고찰의 감동을 받은 뜨거운 열심을 헤아려보고 헤아려본다.



진주 남강 의암 촉석루


남강의 물결도 눈이 부셨다. 진주성을 둘러보고 성곽 밑 절벽을 따라 강가로 내려오니 바로 앞에 흘러가는 물결이 초봄의 햇살에 물결이 반짝인다. 논개가 적장을 꼬여내서 내려와 섰다는 조금은 평평한 바위, 의암마저도 하얀색 바위 자체로 눈이 부셨다. 우리는 여느 관광객들처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의암 근처에서 포즈를 잡는데 아이들 눈이 다 찡그려져 있었다. 눈이 부셔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도 찰칵거리는 신호를 확인하기 전까지 폼을 잡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욱 눈이 부셨다.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절개를 기리려는 듯 남강의 흐르는 물결은 지금까지도 찬란히 빛을 간직하는지도 모르겠다.



합천 가야산 해인사


합천에서 첩첩산중 굽이굽이 들어가 어느 오랑캐도 찾지 못할 가야산 깊숙한 명당자리에 해인사는 꽁꽁 숨어있었다. 그래도 어느 곳에서 모여 왔는지 해인사 가는 길은 시골장터를 연상케 하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있었다.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애국심과 불심의 결정체인 팔만대장경을 기념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법보전에서 바라보는 팔만대장경.. 살창 사이로 목판을 바라보는데 일렬로 늘어선 목판들이 마치 도서관의 책들처럼 가지런하다. 도서관 내부를 살창 사이로 빼곰이 들여다봤다. 보이는 것은 끝없이 이어진 목판들인데 살창 사이의 햇빛을 반사한 목판들이 희미하게 햇빛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건물 끝에서 끝까지 내어진 나무로 된 살창은 통풍을 시켜 목판을 보존시켜온 과학적 원리가 담겨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이로 스며 비추는 햇빛.. 그 햇빛은 어떠한가...

 

 천년 묵은 목조건물을 따뜻이 내리쬐던 통도사의 햇빛

 남강의 물결을 반사하던 햇빛

 첩첩산중 굽이굽이 오랜 세월 팔만대장경을 지켜온 햇빛


 자연은 사람을 보존하고 역사를 보존한다. 내가 갔던 곳곳의 문화유산은 바로 산 구름 바람 햇빛이라는 자연이 간직한 보물이었다. 그 보물을 창조한 훌륭한 조상도 분명히 존재하였겠지만 그 조상들조차 자연에 순응하며 창건을 하였으리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남겨준 조상들과 그것을 보존시켜온 자연에 감사한다.






통도사 대웅전




해인사와 할아버지와 손녀






대문사진 출처 :진주시 홈페이지 <진주성의 봄>


 



https://brunch.co.kr/@weenakim/93




매거진을 새로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발행한 글과 지금의 글은 2013년 3월 1일과 2일의 여행기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과거의 글들을 차례로 발행하고 앞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종종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몹시 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