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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Jul 10. 2023

내가 꿈꾸는 숲을 위하여 3

 시가 삶이 되고, 삶이 시가 되는..


아침 일찍 체인 톱을 들고 나섰다. 몸으로 하는 노동은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와 더불어 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앞산의 산마루가 조금씩 언듯 언듯 보이지만 어느 정도 나무를 자르고 나면 나무 가지 사이로 실루엣처럼 산등성이가 보이겠지. 그리고 산마루를 향해 비상하는 꿈을 꾸겠지.. 성장기의 어린 소년처럼… 또한 숲사이로 푸른 버지니아 블루벨꽃이 하늘거리며 날아가는 나를 향해 손짓을 하겠지! 몇 주 전에 아마존에서 버지니아 블루벨 10 뿌리를 구입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결과 가을에 심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을 기다리며 진공 포장을 뜯지 않고 냉장고에 보관 중이다. 이 숲에 오면 내가 그려 본 숲을 상상하며 행복에 빠진다. 더 늦지도 이르지도 않는 이 나이에 꿈을 꾸고 상상을 하고 , 느낌들을 글로 적어 보는 것만으로 더없이 좋다.



일찍이 저녁을 먹고, 이것 저것 검색하며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자동차가 정차하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나가 보니 지난번 색색깔의 계란을 갖다 준 아저씨다. 반갑게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고 나니 밴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번에도 계란이다. 자그마치 1.5더젼, 그의 이름은 데니스.. 사는 곳은 이곳에서 좀 떨어진 다른 카운티이다. 일 때문에 하루에 이곳을 두 번 왕복한다고 한다. 내가 가진 RV가 움직이기가 불편하니 볼일이 있으면 전화하면 자기가 태워주겠단다. 말씀만이라도 고맙고 황송하여 무언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언뜻 떠오른 무엇? ‘ Do you like Korean foods?’ … 그렇지만 그는 남산만 하게 오른 배를 쓸어 보이며 ‘ No thank you!’라고 한다. 다음에 만나면 무언가 답례를 해야 할 텐데, 무엇을 해야 할지 숙제를 머릿속에 남기며 작별을 고한다.

풋풋한 시골 인심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음을 또 한 번 감사한다.


늘 언제나 숲은 고요히 나를 맞는다. 내가 느끼는 숨결은 곧 숲의 잔잔한 바람소리가 된다. 삶이 시가 되고 시가 삶이 되는 느낌은 자연이 주는 축복이라 생각한다. 전쟁이라 느끼는 삶의 현장에서 벗어난 평온함을 온전히 느끼고 즐기고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숲 속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에도 느낌이 달라지는 나는 성선설에 바탕을 둔 세상의 빛을 볼 때의 나의 본래의 모습인가? 철학적인 넋두리를 할 수 있는 지금, 이곳 , 나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나는 행복하다. 저절로 시인이고, 저절로 수필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 육십 대의 삶을 풍요롭게 하나 보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남은 인생의 여정이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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