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잠수종과 나비'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왼쪽 눈꺼풀”
- 영화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감독-줄리안 슈나벨, 2008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온몸을 쓸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죽음의 원인은 크게 질병(신체 내부적인)과 사고(신체 외부적인)로 구분할 수 있다. 죽음의 준비 측면에서는 사고가 질병보다 갑작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심장마비와 같이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뇌졸중(뇌혈관 질환, 중풍)은 어떨까? 뇌졸중은 뇌출혈(뇌혈관의 파열)과 뇌경색(뇌혈관의 막힘)으로 구분되는데 심한 경우 뇌손상으로 인한 신체마비나 언어장애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뇌졸중도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근육인 왼쪽 눈을 깜박이는 방법을 사용해 15개월간 13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완성한다. 약 20만 번의 눈 깜박임을 통해서였다.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온몸을 쓸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영화 <잠수종과 나비>의 주인공 쟝 도미니크 보비는 어느 날 뇌졸중으로 인해 온몸을 쓸 수 없는 소위 잠금 신드롬(Locked-In syndrome)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부위는 오직 왼쪽 눈꺼풀뿐이다. 정신과 기억은 온전하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던 실제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투병기간 중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근육인 왼쪽 눈을 깜박이는 방법을으로 15개월간 13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완성한다. 약 20만 번의 눈 깜박임을 통해서였다.
그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정신은 멀쩡하다. 그런데 말을 할 수 없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정상적으로는 그 어떤 의사표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나 답답할까. 우리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하고 싶을까? 어떤 생각이 들까? 살아는 있고 싶을까? 주인공 장 도미니크는 어떻게 그 상황에서 눈 깜빡임만으로 책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을까? 그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의지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그 의지는 죽고 싶지 않다는, 살고 싶다는 의지라기보다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삶의 의미를 찾고 그 삶의 의미를 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눈꺼풀로 쓴 책 말이다. 실제로 장 도미니크는 매우 쾌활했던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온 몬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삶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잠수종(diving bell)이란 잠수부가 잠수할 때 착용하는 무거운 장비이다. 잠수종은 그 무게로 인해 몸을 한 없이 물속으로 가라앉게 한다. 반면 나비는 가벼운 날개짓으로 하늘을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인 <잠수종과 나비>는 주인공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몸은, 당신의 마음은 잠수종인가 아니면 나비인가?
나는 왜 진실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