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TV 만화 "플란다스의 개"
- "가난, 꿈, 안타까운 죽음, 그리고 카타르시스"
- <플란다스의 개>, 연출-쿠로다 요시오, 1975
영국의 소설가 위다가 쓴 플란다스의 개(1872년 발표)는 1975년 일본 후지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송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는 물론 80,90년대와 2000년대에도 다시 방송을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고 주제곡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가난한 현실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넬로와 할아버지 그리고 파트라슈에 대한 이야기.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만큼 공감 가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어린 넬로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루벤스의 그림 아래서 숨을 거두는 장면은 지금 봐도 가슴이 아린다. 단짝이었던 파트라슈가 그를 찾아와 곁에 누워 같이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단짝이었던 개 파트라슈가 그를 찾아와 곁에 누워 같이 생을 마감하는 모습은 성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모든 죽음은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 작품에서 그들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어려서 부모를 잃은 넬로와 그의 할아버지 다스, 버려진 개 파트라슈 이 셋은 우유통을 실어 나르는 일로 생계를 꾸려간다. 넬로는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돈이 없어 목탄으로 널빤지에 그림을 그리곤 한다. 시내의 대성당에 걸려 있는 거장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게 소원이지만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그림을 보기 위해 낼 돈은 없다. 가난 때문이다. 10대의 어린 넬로와 할아버지가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해도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렵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월세를 내지 못한 넬로는 그나마 지내던 오두막에서 쫓겨난다. 동네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억울한 누명까지 쓴다. 네로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얼마 전 응모한 상금이 걸린 그림 대회였다. 수상작 발표날, 그의 그림은 뽑히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드디어 그림을 봤어... 감사합니다...이제 전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요...그의 소원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졌다.
넬로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절망과 배고픔으로 눈길을 걷던 넬로는 자정미사가 끝난 성당의 열린 문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렇게도 보고 싶어 하던 루벤스의 그림 앞에 선다. 넬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드디어 그림을 봤어... 감사합니다...이제 전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요” 그리고 넬로는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그대로 잠이 든다. 그의 소원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어졌다. 눈길을 헤치고 성당까지 찾아온 넬로의 친구 파트라슈가 그의 옆에 눕는다. 둘은 그렇게 영원히 잠이 든다.
마치 나의 슬픔인 양 그렇게 울고 나면 그것은 이미 나의 이야기와 나의 감정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충분히 경험 함으로써 그 누구도 알아줄 필요 없는 진정한 나를 느끼 것이다.
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가슴속의 응어리가 풀어지면서 느끼는 정화작용이다. 어린 시절의 가난, 이루지 못한 꿈, 불행, 아픔과 상처, 억울함..., 이러한 감정들은 쉽고 편하게 말하여질 수 없다. 때론, 영화나 문학작품의 비극적 결말을 보며 마음속 깊숙이 눈물이 솟아오르는 걸 느낀다. 목놓아 울기도 한다. 마치 나의 슬픔인 양 그렇게 울고 나면 그것은 이미 나의 이야기와 나의 감정이 된다. 후련하게 풀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충분히 경험 함으로써 그 누구도 알아줄 필요 없는 진정한 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