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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Oct 02. 2020

"우리는 미래의 시신이다"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굿바이"

"우리는 미래의 시신이다."

- 영화 <굿바이, Good & Bye>, 감독-타키타 요지로, 2008


첼로 연주자였던 다이고는 자신이 속한 오케스트라가 해체되자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여행사 채용공고를 보고 찾아간 곳은 실제 여행사가 아니라 장례업체였다. 사장의 말로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그건 '납관'을 말하는 거였다. 납관은 죽은 사람의 몸을 정성스레 닦고 치장한 후 관에 안치하는 일이다. 나중에서야 남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된 아내는 친정으로 떠나버린다. 고향 친구는 다이고에게 이런 일까지 해야 하냐며 비난한다. 어떤 유가족은 납관이라는 직업을 천하게 여기고 다이고를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들도 그가 하는 일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고, 그 역시 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직접 납관하면서 용서와 화해를 경험한다.     


고인이 지내던 바로 그 집과 방에서 손자, 손녀부터 어른까지 모두 모여 고인의 염습과 입관절차를 지켜보는 것은 죽음을 일상생활에서 좀 더 가까이 지켜본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에서 납관 절차는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행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지는 염습과 입관절차이다. 예를 갖추어 고인의 몸을 깨끗하게 닦고 옷을 입히며 성별에 따라 얼굴에 화장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지만 고인이 지내던 바로 그 집과 방에서 손자, 손녀부터 어른까지 모두 모여 고인의 염습과 입관절차를 지켜보는 것은 죽음을 일상생활에서 좀 더 가까이 지켜본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의 아내는 남편이 납관사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친정으로 갔다가 뒤늦게 임신한 것을 알고 돌아온 아내는 이제 아이도 가졌으니 아빠로서 버젓한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 친한 친구도 그를 외면했다. 그들은 왜 죽음과 관련된 납관사라는 직업을 못마땅하게 여겼을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 자체가 잘 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불안과 공포의 대상인 죽음을 가급적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공포관리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죽음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죽음을 더 많이 접할수록 삶에 대해 돌아볼 기회는 더 자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죽음과 관련된 또는 죽음을 자주 접하는 직업들이 있다. 장례와 관련된 직업도 그렇고,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임종이나 장례식에 자주 참여하는 종교계 종사자들도 그렇다. 이처럼 죽음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는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죽음을 더 많이 접할수록 삶에 대해 돌아볼 기회는 더 자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생선도 죽은 몸이야. 생물은 다른 생물을 먹고 살아가지...그런데 맛있단 말이지, 미안스럽게도...”      

주인공에게 납관 일을 가르쳐 줬던 나이 지긋한 사장님은 아내를 잃고 나서 납관사가 되었다고 했다. 주인공 다이고가 아내의 반대로 납관 일을 그만두겠다며  찾아왔을 때, 사장은 뜨거운 화로에 생선을 구워 먹고 있었다. 이런저런 살아온 얘기를 하면서 그는 다이고에게 말한다. “이 생선도 죽은 몸이야. 생물은 다른 생물을 먹고 살아가지...그런데 맛있단 말이지, 미안스럽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미래의 시신임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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