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삶도 서프라이즈"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킬 미 달링"
"죽음도 삶도 서프라이즈(surprise)"
- 영화 <킬 미 달링, The Surprise>, 감독-반 디엠, 2016
자살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의 원제목은 "The Surprise"이다. 불법이지만 비밀리에 고객의 삶을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가 제공하는 여러 상품(?)중 사고사처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삶을 마무리하게 도와주는 서비스의 명칭이 ‘서프라이즈’이기도 하다. 소재는 무겁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엉뚱 발랄하면서도 기발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멜로/로맨스로 분류된다. 엄청난 재산을 소유한 주인공이 살고 있는 유럽풍의 대저택을 포함해서 다양한 볼거리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지금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어떤 하나의 단계(층)에 속하는데, 이 세상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더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모두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단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모두 공개할 순 없으니,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죽음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선 삶을 마감하고 싶어 하는 두 주인공의 대화이다. 여자 주인공 안나는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어떤 하나의 단계(층)에 속하는데, 이 세상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더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모두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단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나는 지금 이 단계, 즉 이 세상에서는 별로 할 게 없다고 느낀다. 좋은 일도 있겠지만 자신을 위한 것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빨리 다음 단계로 가고 싶은 것이다.
남자 주인공 야콥은 이 과정을 엘리베이터에 비유한다. 다음 세상으로 더 빨리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 야콥은 자신과 세상사이에는 유리벽이 있다고 느낀다. 뭐든 볼 수는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저 자신과 상관없이 움직이며 자신은 이런 세상에서 어떤 느낌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감동도 기쁨도 없고 화가 나거나 분도도 느끼지 않으며 그냥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우울증이 있다는 설정은 없지만, 무력감, 무감동, 무관심한 모습, 그리고 성취감이나 흥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울장애의 증상이기도 하다.
나중에 야콥은 안나에게 고백(?)한다. 트럭에 같이 치이고 싶었던 사람은 당신뿐이었다고.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를 소개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거대한 트럭이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두 남녀 주인공은 우산을 쓰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그 길 한 복판 위에 차분하게 서 있다. 아니 트럭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야콥은 안나에게 고백(?)한다. 트럭에 같이 치이고 싶었던 사람은 당신뿐이었다고.
아마 뭔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 것일 수도..그것은 사랑
질주해 오고 있는 트럭을 마주하고 있을 때 야콥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었던, 그토록 무의미한 마지막 삶의 순간에 말이다. 비록 그 시도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야콥은 차에 치이기 직전 바로 그 순간 뭔가를 느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던 야콥의 오랜 집사 뮐러는 아마 뭔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한 것일 수도 있다고 얘기해 준다. 그것은 무엇일까? 영화는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되는 사랑과 삶의 의미가 서프라이즈(surprise) 한 것은 아닌지...
돈이나 명예, 권력...,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은 참 많다. 하지만 사랑만큼 의미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이 세상이 무의미하고 허무해서 당장 끝내고 싶다 하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렇게 쉽게 삶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영화의 원제목인 서프라이즈(surprise)는 죽음을 선택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찾게 되는 사랑과 삶의 의미가 서프라이즈(surprise) 한 것은 아닌지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