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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Sep 18. 2020

"죽음도 내 방식대로 선택하겠어"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존 윅-리로드"

"죽음도 내 방식대로 선택하겠어"

-영화 <존 윅-리로드>, 감독-채드 스타헬스키, 2017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주로 행복추구권이나 자기 결정권을 언급할 때 인용되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내용이다.      


죽음학에서 죽음을 논의함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이다. 특히 죽어감, 임종 결정에 있어서의 자기 결정권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존엄사법 또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다. 그 법률의 제1조 ‘목적’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와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명의료와 자기 결정권에 대한 논의는 안락사, 존엄사, 조력자살 등의 문제와 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죽음의 과정과 생명윤리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영화 <존 윅-리로드>에 나오는 한 장면을 통해 자기 결정권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주인공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청부 살인을 의뢰받는다. 죽여야 하는 대상자는 지아나라는 이름의 범죄조직의 거물급 여인이며 존 윅과도 아는 사이다. 존은 그녀의 거처에 잠입하고 서로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존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고 있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져 있다. 그녀는 자신이 존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고 그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삶을 살았어. 그리고 죽음도 내 방식대로 선택하겠어

존과 몇 마디 대화를 이어가면서 지아나는 자신의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핀을 뺀다. 그 머리핀은 꽤 크고 그 끝은 마치 칼처럼 날카롭다. 그녀는 그 날카로운 부분을 자신의 손목으로 가져간다. 손목에선 피가 흐르고 그녀는 방 한가운데 있던 물이 가득한 욕조안으로 서서히 몸을 담근다. 존이 묻는다. “왜지?” 지아나가 답한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삶을 살았어. 그리고 죽음도 내 방식대로 선택하겠어.” 그리고 그녀는 마치 죽음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듯 눈을 감는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순간을 피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그녀는 죽음의 방식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지아나라는 여인은 존에 의해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존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총알이 그녀의 머리를 관통하거나 박히는 방식이 되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순간을 피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그녀는 죽음의 방식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우리는 그 흔한 영화 속 죽음을 우리의 죽음과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와는 관계없는 일처럼 여긴다.

죽음을 주제로 하지 않은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서도 우리는 죽음을 논할 수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영화에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죽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흔한 영화 속 죽음을 우리의 죽음과 연관시켜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닥칠지 모르는 일임에도 우리의 일상과는 관계없는 일처럼 여긴다.    


죽음은 곧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을 통해 보다 온전한 삶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어감에 있어서의 자기결정권과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는 또 다른 여러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액션 영화 속의 한 장면이나 일상의 그 어떤 순간을 통해서도 우리는 죽음을 떠 올릴 수 있다. 물론 죽는다는 사실을 자주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을 갖자는 것은 아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삶에 대해고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을 통해 보다 온전한 삶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나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해서이기도 하다. 영화 ‘존 윅’에 등장하는 지아나라는 여인은 아마도 언젠가는 존이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것과 그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될 거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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