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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Sep 15. 2020

"영원히 잊혀진다는 것"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코코"

“영원히 잊혀진다는 것”

- 영화 <코코, Coco>, 감독-리 언크리치, 2017


멕시코에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망자의 날’ 또는 ‘죽은자들을 위한 날’이라는 기념일이 있다. 1년에 한 번 죽은자들이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 가족들을 만나고 가족들이 준비한 음식을 즐긴다고 믿는다. 서양의 할로윈(Halloween) 축체처럼 죽은자들을 위한 분장을 하기도 한다. ‘망자의 날’은 죽은자들을 기린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제사나 차례와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그것이 다소 엄숙한 분위기라면 망자의 날은 밝고 들뜬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승에서 망자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면 망자의 세계에서도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구엘이라는 소년은 죽은자들의 세계에 들어가 갖가지 경험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구엘은 죽은자들의 세계에서도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즉 죽은자들의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이승에서 망자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면 망자의 세계에서도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이승에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이 남겨지고 기억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떠나고 없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아름답고 훌륭한 모습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역사 속에 영원히 기록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부재에 대한 두려움과 참을 수 없음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부재’인 것이다. 최소한 물리적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죽고 나면 내가 죽었는지 알 수 없고 살아서는 죽어 있는 상태를 경험할 수 없으니 결국 죽음은 없는 것이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 바로 이러한 ‘나의 부재’를 참을 수 없었다. 아니 두려웠다. “나의 존재가 없어지다니...”, 부재에 대한 이런 두려움과 참을 수 없음은 죽음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죽음학은 물론 사후세계를 논하는 학문은 아니다. 다만 사후에 대한 인식은 개인과 집단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연결되고 사회적인 제도,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인식 자체가 연구나 관찰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왜 굳이 ‘나의 죽음’ 이후에도 자신이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만약, 죽음이 철저하고도 완벽한 ‘나의 부재’가 맞다면 우리는 왜 굳이 ‘나의 죽음’ 이후에도 자신이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일까? 어차피 ‘죽은 나’, '부재하는 나'는 그걸 알 수도 없는데 말이다. 우리가 죽음 이후에도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그리고 산자들이 죽은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기리는 것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와 관련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죽음학은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삶에 대해서 말하는 학문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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