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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Sep 13. 2020

“여기서는 이상한 일이지만 거기서는 흔한 일”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사이드 이팩트"

“여기서는 이상한 일이지만 거기서는 흔한 일”

- 영화 <사이드 이팩트, Side Effects>, 감독-스티븐 소더버그, 2013

가족이 죽으면 그 영혼을 볼 수 있어요

영화 사이드 이팩트는 정신과 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느 날 주인공이 근무하는 병원에 경찰에 의해 한 아이티 청년이 붙잡혀온다. 택시를 강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청년은 손이 묶여 있었고 영어도 할 줄 모른다. 경찰과 아이티 청년이 서로 다른 언어로 투닥거리고 있을 때 주인공이 나선다. 아이티 말을 할 줄 알았던 의사는 청년을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묻는다. 청년은 택시의 문을 강제를 열려고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얼마 전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택시 안에 있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경찰은 죽은 사람이 차 안에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미친 게 틀림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의사는 아이티에서는 가족이 죽어도 그 영혼을 볼 수 있다고 믿으며 청년의 아버지는 택시기사였는데 죽은 아버지가 택시 안에 있는 것을 본 청년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택시 문을 열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는 이상한 일이지만 아이티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죽음과 관련한 생각과 가치관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런 문화적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연명치료, 임종 결정, 부검과 장기 기증 등에 대한 생각이 민족이나 출신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계 그리고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은 환자 스스로가 임종 결정의 짐을 지게 하는 것보다 가족들이 결정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개인의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내 인디언계 일부 부족에서는 부족의 연장자가 결정하기도 한다.(임병식 외, 『죽음교육 교본』, 가리온, 2017)     


근대 이후에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람이 아프거나 다치면 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임종의 장소도 각 가정에서 병원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죽음에 대한 관점은 사회, 문화, 지역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가족이나 개인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장례문화 또한 사회, 문화, 종교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고 같은 사회에서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근대 이후에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람이 아프거나 다치면 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임종의 장소도 각 가정에서 병원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런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특이한 것은 병원과 장례식장이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경우라고 한다.      

자신의 임종 희망 장소로 57.2%가 가정을 선택했고 병원 등 의료기관을 선택한
비율은 16.3% 정도였다. 
출처 : 중앙일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사망 장소의 비율은 가정이 75%, 병원이 15.3%였다. 2003년을 기점으로 병원에서의 사망이 가정 사망 비율을 앞질렀고 2018년에는 병원 사망이 76.2%로 가정 사망률 14.3%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의 병원 사망률은 9.3%, 영국은 54% 정도라고 한다. ‘가정 사망’, ‘병원 사망’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이것은 결국 임종을 어디에서 맞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삶의 마무리를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다가 할 것인지 자신이 지내던 편안한 집에서 할 것인지의 문제인 것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서 2014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임종 희망 장소로 57.2%가 가정을 선택했고 병원 등 의료기관을 선택한 비율은 16.3%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가정호스피스 제도가 있어서 말기 환자 등의 경우 의료적 지원을 받으며 집에서의 삶의 마무리가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사회, 제도적 준비가 부족한 편이어서 말기 환자 당사자나 가족들이 가정에서의 임종을 선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2017년 기준으로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자 중 3.3%만이 가정 호스피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우리가 죽음과 죽음준비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존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개인과 집단, 사회의 특성과 차이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 pixabay

물론 죽음의 장소에 대해 어느 것이 좋고, 옳다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죽음과 죽음준비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 존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니와 개인과 집단, 사회의 특성과 차이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죽은 자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영화 속 아이티 청년의 말이 어느 사회에서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청년이 속한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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