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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광풍의 무형검

by 잡학거사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며, 남들과 간혹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잘 알지 못하면서 무림에 관한 표현을 할 때가 있는데, 어디에서 들은풍월은 있어서 쌍칼과 쌍도끼, 표창을 날린다.. 라는 표현을 섞어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서로 나누는 주제에 대하여 이해가 아주 선명하게 잘 된단다.. 라고, 전해왔을 때는 써도 괜찮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예전 일간스포츠 신문에 연재되었던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 수호지 등으로 무협의 세계에 대한 친밀감을 갖고 있었으며, 중독증세로 신문이 배달되지 않는 요일은 매우 안타까워 하며, 하루의 시작을 무협만화를 보며 시작하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협은 무술이 뛰어난 협객으로, 통상 무술을 주제로 무협이 갖는 특징은 오랜 수련과 단련을 통해 연마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결합된 내공의 힘과 그러한 힘을 병장기 등의 도구를 통해 외부의 무력으로 발산하는 외공의 힘이 등장하고 그러한 내·외공 수련의 과정 혹은 수련동기와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서양의 판타지가 신화와 영웅의 서사에 판타지적인 대상물의 등장과 활약 혹은 대립을 주요한 테마로 하는 것에 반하여, 동양의 판타지로서의 무협은 영웅이 탄생하기까지의 수련의 과정을 통해 내·외공을 성장시키는 것이 주요한 테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활한 중원 대륙을 배경으로 초인적인 무공을 지닌 기인·협사들이 벌이는 흥미진진한 모험과 도전으로 진취적으로 가상세계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나, 권태와 무력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현실 도피와 대리 만족이라는 가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세세히 스며있는 아주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무형검의 의미는 검술 및 무공 상의 최고의 경지와 심검의 최후의 경지를 뜻하며, 검술이 최고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자신의 마음속의 살기를 무형의 기운으로 만들어 갈고 닦을 수 있는데 이를 검의 형태로 만들면 무형검이 된다고 하며, 그렇게 하면 마음먹은 대로 마음속의 검이 움직여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더불어, 무형검이 내뿜는 기운을 “무형지기”라 하며, 형체도, 중량도 없기 때문에 공격대상은 미처 느낄 새도 없이 공격당하고 만다고 하며, 검의 경지로 검을 익히지 않은 상태, 검에 주입된 내공이 무형의 검기를 이루어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경지인 “검기상인”, 검을 몸의 일부로 느끼는 단계의 “신검합일”과 기로써 검을 움직이는 단계로 “이기어검”으로 나눈 부분에서는 신묘함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더욱 세밀하게 눈에 보이는 곳은 어디든지 검이 날아가는 경지인 “목어겸”으로 이 경지에 도달하면 검에 몸을 마껴 이동하는 경지도 가능하다고 하는 “어검비행”을 거쳐 검이 없이 검을 펼치는 단계로 비상하여 기를 뭉쳐서 유형의 검을 만드나, 절정에서는 검이 아예 없어지고, 마음먹은 곳에 검이라는 매개체가 필요 없이 승리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는 부분에서는 저 자신 두손을 들어버리게 됩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이런 경지에 이르면 어떨까 하는 망상을 할 때가 간혹 있지만, 발도와 같이 소리도 없이 칼을 뽑는.. 칼을 얼마나 빨리 뽑을 수 있느냐에 따라 그만큼 공격시간이 단축되어 시작도 하기전에 끝을 봐 버리면 좋겠고, 심어검 처럼 마음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검이 함께 갈 수 있는 경지라면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를 보지 않고 승리하며 거부할 수 없는 조건으로 상대가 굴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면 하는 허황된 생각을 솔직히 해보기도 합니다. 요즘의 세태가 조선 말기의 상황과 비슷하여 전통적인 악습의 쳇바퀴를 보는 듯하며, 천지팔방 몰아치는 일진광풍이 회오리쳐도 중심 잡힌 모습과 자세가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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