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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있지만, 먹을 수 없는

by 잡학거사

지하철 분당선을 타고 강남으로 나오면서 노선을 갈아타려고 지나치다 자주 만나는 입간판 중 유독 저의 눈길을 끄는 광고는 두산중공업의 기업광고인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물” 카피입니다. 기술이란 단어가 들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2005년부터 매년 기업광고 캠페인으로 진행되어 물과 빛이 부족한 지구촌 곳곳에 자사의 주력 기술로 풍요로운 생활을 돕는 과정과 모습을 광고로 제작하여 전하는 2011년에 제작된 기업광고입니다. 한 모금의 물을 얻기 위하여 하루 종일 비를 기다리는 바다위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바다를 생명의 물로 바꾸어 주고 있다고 메시지를 전하며, 광고를 찍은 로케이션 현장에는 실증적 플랜트를 설치해 주었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쓰는 것 외에 실제 물은 있어도 먹고 쓰지 못하는 물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지하수를 발굴하고 사용한 뒤 불용공이라 불리는 방치공과 폐공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수조사연보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지하수를 얻기 위해 천공된 관정의 개수는 150만여 개이며, 폐공/방치공은 12만 2천개로 2010년 8만7천에서 3만 4천개 이상이 늘어난 이유로 돌리기도 합니다.


정부에서는 발굴되고 사용하다 버려지거나, 개발 시의 실패공과 수량 부족/수질 악화/상수도 대체/토지형질 변경/소유주 변경/용도 변경/사용 중지 등으로 인한 폐공은 그 자체가 직접적인 지하수의 오염원으로 작용 되므로, 미사용 150mm 이상의 대형 불용공(폐공) 신고자에게는 시설 당 8만원, 소형 폐공의 경우에는 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것보다도 더 심각하게 물은 있으되 얻지 못하는 경우로는 지대가 낮은 곳에서 강력한 모터를 동원하여 지하수를 빨아 댕기는 경우로 지대가 높은 곳의 지하수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말라 버려 온실 화원을 폐기하여야 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지인은 샌프란시스코에 넓은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정원을 잘 가꾼다고 큰 연못을 만들어 놓았는데, 캘리포니아의 가뭄으로 물 사용료에 대한 누진제가 적용되는 바람에 한 달에 60여만원의 수도료가 부과 되었으며, 3번이나 어겼다고 120만원의 벌금이 추가적으로 부과되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으로 물 전쟁을 대비하여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으나, 물이 있으나 쓸 수 없는 환경으로의 변화로 썩은 물이 넘쳐나는 현실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직면하게 될 날도 멀지 않다고들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하에서 썩고 불량한 이물질들이 섞여 혼탁하게 되거나, 난개발과 오염물질에 의한 토양오염으로 지하수 또한 오염되는 경우도 방송을 통하여 접하여 많이들 알고는 있습니다. 오늘 발표된 뉴스에는 밀반입된 북한산 건조 능이버섯에서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세슘이 9배 높은 Kg당 9백 81 베크렐)를 초과 검출된 버섯을 밀반입해 유통한 2명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되었습니다. 북한에 방사능 물질이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곳곳이 오염되어 가고 있으며 접근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단 물과 먹거리 뿐만은 아닌, 보이지 않은 숨겨진 곳곳이 썩고 문드러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본인 스스로들이 썩고 오염된 환경에서 존재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부분마저도 망각하게 만들어가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어떤 것이 오염되었는지를 모르는 혼탁한 상태에서 개인이나 집단이 기대하는 바대로 행동을 바꾸는 동조현상이 유도되어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과 같이 순식간에 전체가 황폐화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사회 돌아가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 정말로 가관이 아님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꼼수 풀이와 양아치적 습성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깔고 뭉개며.. 시간을 끌어가며 희석시키고, 되도 않는 소리를 씨브렁거리는 것을 듣고 볼 때마다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디(?)라는 생각을 할 때가 부쩍 많아 졌습니다. 상식을 넘어서 경우(놓여 있는 조건이나 놓이게 되는 형편 또는 사정)의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사안으로 보이며,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가장 인간적이며 너무나 인간적인 속성이 상실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자신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은 작은 이물질이나 한 방울의 물감에도 신속하게 확산되는 성질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현재의 상황들은 신속하게 썩어가며 전염될 것이므로 자신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며 중심을 잡아가야 할 것입니다. 자신은 아니라고 누구나 착각을 하면서 살아 갈수는 있지만 일종의 근거 없는 썩은 정보를 통하여 옳다고 주장하거나, 동조하며 자신은 진정 바르다고 공자 왈 맹자 왈 짖어 대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자신 스스로에 대한 인정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세상 곳곳이 썩어 문들어지고, 악취가 심하게 풍기는 상황에서 자기 과신의 함정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삶속의 진정한 다양성에서 영원한 가치와 절대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각성을 필요로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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