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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숙 Monica Shim Oct 22. 2023

오흐부아 Au revoir 파리!

파리를 떠나며

 '젊은 시절 한 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행운이 그대에게 따라 준다면,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처럼 평생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리를 떠난다. 2주간 파리의 곳곳을 만나며 움직이는 축제 같은 도시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번 방문으로 프랑스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바뀐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인은 불친절하고 프랑스어만 고집하고 체계적이지 않다는 평을 주위 사람들에게 들어왔다. 그러나 파리에 머무는 동안 많은 친절을 만났고  영어 거부감에 대한 역사적 배경도 이해하게 되었다.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프랑스인,  대화를 즐기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을 만났다.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어느 나라든 영어를 사용하는 게 당연한 듯 여겨지는 시대에 자국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그들이 오히려 부러웠다. 한글이 함부로 변형되어 훼손되고 외래어 남용이 더해가는 요즘의 세태가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한글 지킴이의 선봉에 서야 할 신문이나 방송조차 앞서서 변조된 한글을 남용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거센 영어의 쓰나미에 프랑스도 점점 잠겨가긴 하지만 새로움을 받아들이되 내것은 끝까지 지켜내라 응원하고 싶다. 사람도 개성이 있어야 매력이 있듯 국가도 고유의 전통과 특징이 살아있어야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획일화된 세상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프랑스엔 환경보호를 위한 많은 노력이 보였다. 곳곳에 재활용 쓰레기통이 따로 있었고 커피잔도 종이컵에 종이 뚜껑이었다. 레스토랑에서는 일회용 수저를 내오지 않는 곳이 많았다. 플라스틱컵이나 일회용품 사용이 현저히 적었고 배달용 그릇도 종이가 대부분이었다. 아직도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미비한 미국과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시장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사람이 많았다.  택시나 가정집엔 에너지 절약이 필수처럼 보였다. 에어컨을 팡팡 틀며 운전하기보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 택시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지구가 평안해질 수 있음을 깊이 생각하게 했다.


  지하철과 기차 등 대중교통 시설이 발달되어 굳이 자동차 없이도 편리하게 다닐 수 있었다.  파리에 자가용을 없애는 게 목표란 말을 들었다.


  많은 불편함이 있기도 했다. 화장실 인심이 야박하고 공항 서비스가 체계적이지 않았다. 거리엔 아직도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았고 한국이나 미국처럼 배달 서비스를 기대하긴 무척 어려웠다. 아파트엔 열쇠 없이 들어갈 수 없으니 회사로 배달시키거나 우체국으로 직접 가지러 가야 한다고 했다. 소매치기의 맹활약으로 안심하고 거리를 다니기 힘들었다. 지하철엔 과거 한국처럼 물건 파는 사람, 돈을 구걸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80년대 한국을 떠올리게 했다.


 숙소 근처 치킨집 아저씨는 인도에서 이민 온 지 오래인데 파리에 대해 온갖 을 토로했다. IT시스템이 엉망인 데다 더럽고 치안도 엉망이고, 소매치기가 판을 치고 거지가 돌아다니고 교육시스템은 제로라고 열변을 토했다. 자기 주변 사람들은 파리를 한번 방문해 보고 다시는 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했다.  파리에 비해 자기가 방문했던 코리아는 친절하고 치안과  IT 등 많은 면에서 최고라며 그는 엄지척을 했다. 이런 엄지척의 한국도 많은 한국인은 지옥으로 느낀다는 걸 그는 알려나. 누구나 자기가 발을 딛고 사는 땅은 힘든 것인가.


 돌아오는 비행기는 별 안내 없이 지연되었고 기다리는 승객은 앉을자리조차 없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가야 해서 보딩 하는데만 2시간 이상 걸렸다. 옆자리 승객이 그래도 이틀 걸리지 않고 두 시간밖에 안 걸렸으니 빠른 거라며 웃었다. 파리 공항 서비스가 엉망인 건 다시는 파리에 오지 말라고 그러는 것 같단다.


 파리의 미운면 고운 면을 만나고 간다.

 떠나려니 파리가 벌써 그립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어도 그가 그립다하더니. 파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만나고 나더 이상 그립지 않을까.

오흐부아 Au revoir, Paris!  안녕,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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