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한테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
악천후가 아닌 이상 여전히 하루 한 번 관악산을 걷는다. 이제와서 보면 햇빛을 받는 것이 그리고 걷는 것이 건강 회복에 쥬라마틱한 영향을 주긴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여지껏 해왔으니 그냥 한다. 평일 낮엔 등산로 전체를 통틀어도 젊은 놈은 나 하나 뿐이다. 그래서인지 마주치는 노인들은 가끔 떨떠름한 표정이나 흠칫하는 태도를 보인다. 처음에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으나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럴만 하다. 워낙 위험한 세상에 젊은 놈이 시커멓게 입고 출근도 안하고 씩씩거리며 산을 오르고 있으니 내가 노인들의 입장이라도 약간의 경계심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요새는 그냥 걷지 않는다. 팔을 이리저리 뻗어 스트레칭을 하고 직각으로 꺾어 파워워킹도 하고 앞뒤로 박수를 치기도 한다. 필사적으로 입으로 할 수 없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나는 위험하지 않아요. 나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