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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물떼새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

by 김바롬 Jan 24. 2025

 중학생 때 쯤 일이다. 어머니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저쪽에서 부와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자동차 한 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뻗어 어머니부터 챙겼다. 그러나 내 손은 허공만 갈랐다. 잠시 어리둥절하다 전방을 보니, 어머니는 자동차 못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홀로 달리고 있었다.


 20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종종 그 때의 일을 얘기한다. 한낱 짐승인 어미 물떼새도 새끼는 중히 챙기는 법인데, 엄마는 어린 아들을 버려두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머쓱한듯 웃으며 조그맣게 중얼거릴 뿐이다. 쌍놈의 새끼...


 최근엔 위대한 작가라면 한 번 쯤 거치는 과정이라서, 어쩔 수 없이 요새 유행한다는 폐렴을 앓았다. 나름 세금 내고 사는 나라의 공중 보건에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아 일주일 가량 집에 틀어박혔다.


 몸이 다 나은 듯 해서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내일 평택에 가겠다고 하니, 어머니는 기겁하면서 폐병쟁이가 어딜 오냐고, 옮으면 어떡하냐고, 당분간 평택 근처도 오지 말라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며 오랜만에 중학생 때 겪었던 그 일을 언급했다. 세상에. 엄마, 설령 아들이 죽을 병에 걸려서 세상에서 버림받아도 엄마는 아들을 감싸줘야 하는 거 아냐?


 실은, 근래 드물게 기분이 좋았다. 매일 빨리 죽어야 한다고, 약이고 운동이고 해서 뭐하냐고, 말짱 헛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살고 싶었던 것이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성가신 품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만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만큼은 살겠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죽음을 몇 달 앞두고 있고 나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때, 담당 의사에게 물은 적이 있다. 대체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 건가요? 의사는 범혈구감소증이니 장기운동기능이상이니 어려운 말로 내 넋을 흩어놓았다. 아니, 그래서 제일 문제가 뭔데요? 의사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환자 본인이 살고 싶어하지 않는 거죠, 뭐.


 아버지는 살고 싶지 않았기에 죽었다. 나는 어머니가 비슷한 과정을 거칠까봐 늘 걱정했다. 이제는 조금 걱정을 덜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기 물떼새는 시간이 흘러 소년 물떼새가, 이제는 홀어머니를 둔 아저씨 물떼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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