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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7. 2021

민성아 생일 축하해!

휴직 484일째, 민성이 D+733

옛날 옛적에, 민성이라고 하는 아주 착하고 귀여운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 2021.8.26. 부모님 집


어제(26일)는 민성이의 생애 두 번째 생일, 두 돌이었다. 1년 전, 민성이 첫 돌 때도 코로나 때문에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집에서 조촐하게 사진만 찍고 말았는데(민성이 첫 돌(1),(2)), 두 돌은 더욱 조촐했다.


아침 6시, 평소처럼 민성이와 나, 그리고 아내 순으로 일어났다. "민성아 생일 축하해." 내가 제일 먼저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었지만, 그는 듣는 둥 마는 둥 퍼즐 조각을 맞추는데 여념이 없었다.


민성이 첫돌 떡을 맞췄던 곳에서 또 떡을 주문해, 상자를 한 아름 싣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현관에 떡을 내려놓자 작년 민성이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아버님, 벌써 일 년이 지났네요."


정말 그렇다. 벌써 일 년이다. 시간은 돌고 돌아 어린이집에서도 기어 다니던 민성이는 이제 '까까'나 '쮸스'를 외치며 붕붕카를 타고 집안 곳곳을 누빈다. 그리고 나는 복직을 한 달 앞두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 오전엔 육아 대화방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낮잠을 잤다. 아들 생일이라 그런지(?)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눈을 뜨니 민성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아내가 어제는 야근을 할지 모른다고 해서 민성이를 차에 태우고 부모님 집에 갔다. 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생일인데, 아빠랑 둘이서만 저녁을 먹는 건 너무 쓸쓸할 것 같았다. 


엄마는 미역국을 두 개나 끓여두었다. 하나는 민성이 꺼, 다른 하나는 아내 꺼. 하지만 미역국을 제일 잘 먹은 건 나였다. 아들 생일엔 도저히 야근을 할 수 없다며 정시 퇴근을 감행한 아내도 다행히 미역국을 먹을 수 있었다.


야근을 피하려 점심도 안 먹고 일할 거라던 아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민성이를 씻기고 그대로 아이와 함께 방에서 곯아떨어졌다. 아이 생일상은 진짜 엄마가 받아야 한다. 


조촐하지만 많은 사람에게서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았던 민성이의 두 돌은 그렇게 끝이 났다. 민성아, 생일 축하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렴. 케이크는 주말에 자르자. 괜찮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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