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박페페 Oct 20. 2020

그동안 살아 온 내가 너를 만났다

그동안 살아 온 내가 너를 만났다. 너를 알아 본 눈, 너를 제대로 보지 못한 눈, 너에게 끌린 마음, 너를 싫어하는 마음, 너를 미워하는 감정, 너를 떨쳐내지 못하는 미련. 이제껏 살아온 내 안목이고 그 동안 길러 온 내 마음이고, 그 동안 살아 온 나의 결정이다.


스물 다섯의 나였다면 너를 알아 봤을까. 서른 다섯의 나였다면 너를 다르게 봤을까. 쉰 다섯의 나였다면 네가 달라 보였을까. 그랬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달랐을 것이다.

30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나는 똑같다. 20년 전의 나를 떠올려 봐도 나는 똑같다. 10년 전의 나도 똑같다. 하지만 나는 또한 계속 다른 내가 되어 왔다. 변해 왔고 적응해 왔고 성장해 왔다. 

그 동안 살아 온 내가 너를 알아 봤기에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좋은 눈을 갖게 된 것도 여전히 미덥지 못한 눈을 갖고 있는 것도. 내가 축적해 온 시간이 내린 결론이고 결정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여건 사람 선택 안에서 난 시간을 짜고 계획을 하고 동선을 만든다. 누군가의 조언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우연에 낚아 채이기도 하고 내 욕망의 소리에 현혹되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조차 그 동안을 살아 온 내가, 스스로를 키워 온 내가, 성숙하고자 노력해 온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선택한 결과물이다. 

오늘의 내가 내리는 결론과 결정에 속상해 할 필요 없다. 더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휘둘릴 필요 없다. 난 긴 여정을 가고 있고 그 여행 전체가 멋지기를 바란다. 지금의 생각과 선택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누가 뭐래도 내가 배워가는 것들은 내 안에 반드시 남는다.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신선하고 내일 조금 더 성숙할 것이기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