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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송이 Feb 10. 2024

설 연휴 전, 일주일 동안 내가 한 미친 짓

[소소한 일상] 일주일이 7년같은 건, 기분 탓이겠죠?

이번주 일주일은 내가 2024년을 보낸 40일 중 가장 정신없이 뭔가를 시도하고 만들어 낸 그런 날들이었다. 이유는 없고, 의도도 없고, 그냥 하다보니 욕심이 커졌고, 그래서 오기로 더 했다. 그래서 어제 뻗었고 연휴 2일차인 지금 글을 쓰면서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1) 아침 헬스, 저녁 크로스핏하면서 대한 체육인으로 살았음


야외런닝을 하고 싶은데, 너무 추워서 실내에서 운동하기 위해 헬스를 등록했다. 크로스핏은 내가 요가, 필라테스보다 땀을 격정적으로 낼 수 있는 운동이라 선호한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런닝과 크로스핏. 아직 새해니깐 내게는 강한 의지와 욕심이 가득해서 두 운동을 모두 끊었다.


요즘에는 새벽에도 자주 깨어서 아침에는 헬스가서 운동을 하고 퇴근하고나서는 크로스핏을 하였다. 새벽 6,7시쯤 운동복 입고 나갈 때, 해가 뜨기 시작해서 하늘자체가 붉으스레하게 혹은 깜깜하진 않지만, 회색빛으로 도는 그런 분위기가 날 너무 설레게 하더라. 엄마도 새벽 헬스인이라서 서로 '굿모닝'하면서 연락을 하는 것조차 운동인증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침 운동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헬스장에서 관장님이 나를 보고 운동기구 사용법을 알려주면서 여기에 부응하고 싶어진 것도 컸다.


한편, 크로스핏은 나와의 싸움을 하는 운동이다. 특히 나는 최근에 '10배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든 10배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한다는 강한 다짐도 있는 터라, 크로스핏 WOD(오늘의 운동, Workout Of the Day)를 할 때, 10배를 더 하도록 나를 채찍질했다. 나와의 싸움을 하는 내 자신이라, 뭔가 멋있었고, 운동은 못하는데 자신감은 항상 있던 터라, 재밌었다.


그렇게 일주일 보내니, 온몸의 근육통이 왔다. 오바하면 안됐었다. 그런데도 운동이 가고 싶더라. 다음 달부터는 다시 계획을 세워야겠더라. 나는 체육인이 아니라, 직장인인데 일보다 운동이 더 좋아지는 건 살짝 오바가 아닌가 싶더라.


2) 오늘의집처럼 홈 인테리어 및 집 청소한다고 홈데코에 미쳤음


'더시스템'이라는 도서를 일주일 동안 읽으면서,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뽐뿌가 왔다. 이러한 기운(에너지)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나, 이 기회에 집 환경을 제대로 바꾸자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워낙 게으르고, 심플한 사람이라서 장식하고 꾸미는 것을 잘 못한다. 뭔가를 만들어내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 몸에 베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다.


이런 내가 책 한구절("방청소를 해라") 때문에 새벽 5시부터 가구를 옮겼다. 보통은 공간 크기를 재거나 아니면 어떤 가구가 어디에 적합하겠네 등등 설계를 하던데, 나는 그런거 모른다. 무조건 동선이다. 워낙 귀찮은 게 많은 터라, 내가 가는 동선이 편해야한다. 그리고 나는 이전부터 공부 공간과 침실 공간에 대한 '공간 분리'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공간 분리작업이었다. 파티션 역할을 하는 것은 옷장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침실 앞에 옷장과 행거를 배치했다. 이렇게 되면, 암막커튼이 필요없을 정도로 옷들 때문에(?) 큰 창의 햇빛이 안 들어온다. 잠은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창쪽에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서 햇볕이 들어오면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낭만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나머지 가구(전신거울, 매거진랙, 책장)은 가구색이 비슷해서 일자로 배열해서 화장하고 책을 꺼내기 쉽게 만들었다.


이후, 집이 심심하지 않게 벽을 꾸밀 수 있도록 포스터 및 엽서 등을 구매했다. 나는 에곤쉴레 작품을 좋아한다. 예전에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서 에곤쉴레 작품전을 보면서 밤에는 에곤쉴레 영화를 보면서 낭만을 키웠었다. 겉으로는 야한 작품이라고 보이겠지만,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내비치 듯 그린 그의 드로잉이 나는 좋았다. 그리고 나는 70-80년대 미국 LA 풍경같은 느낌, 레트로 느낌을 좋아한다. 그리고 뉴욕, 맨하탄의 도시적인 사진들을 좋아한다. 이러한 나의 취향으로 만들어진 곳이 지금 내 집이다.


나도 미친 게, 야근하거나 새벽 일찍 일어나서 꾸밀 정도로, 몰두했다. 한번은 퇴근하고 엄청 피곤했는데, 포스터 및 엽서가 왔다고 들떠서 벽에 데코 테이프로 뗐다붙였다하면서 사진 배치를 하고 줄이나 포스트잇으로 부족한 곳을 채우면서 데코를 했다. 와. 엄청 피곤한데 재밌더라.



3) 크리에이터들과 오랜만에 밤샘수다 떨고 쓰러져 잤음


2월 6일 화요일, 모델 섭외하여 영상 촬영을 해야했다. '내가 촬영에 기여했는가'하면 절대 아니겠지만, 나는 촬영에 도움이 되도록 피해는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시끌벅적한 어린 크리에이터들을 담당하면서 방구석에서 4-5시간이나 수다떨면서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아직 03,02년생이다보니, 95년생인 나를 아주 이모&아줌마 취급을 하지만, 너네도 알잖아, 나랑 대화 잘 통하는거 ㅋㅋ)


최근에 회사 내부적으로 신입 분들 교육과 시스템 정비로 인해서, 크리에이터들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내게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랑 보내는 시간은 일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숏폼쪽에 몸을 담고 있기에, 최근 트렌드나 밈, 유행 등을 직접 찾지 않는 한 그들이 쫓고 있는 것들을 파악해야하고, 인플루언서 친구들에게서 광고영상을 제작 요청하기 때문에 그들이 요즘 필요로 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알고 있는 등 어찌저찌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촬영일을 핑계로 이들과 놀 수 있게(?) 된 것은 영광이었다. 밖에서 촬영하는데 냉장고 소리까지 들어가면 안되어서 끌정도로 민감했는데, 그래서 나는 더욱 소리가 안들리는 방에서 촬영하지 않는 크리에이터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귓속말로 전달하는 듯한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을 해야했고 웃는 것도 입틀막을 하면서 웃어야 했다. 무슨 대학교 MT 온 듯했다. 조그만한 공간에서 남자 얘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주제도 없고 맥락도 없었고 주장만 있었다.


솔직히 지금 기억나는 건 거의 없는데, 그 상황과 분위기를 떠올리면 그냥 웃기다. 눕지도 앉지도 못하는 그 조그만한 공간에서 사람의 기운 얘기, 보정 전후 차이점 비교하는 얘기, 다음 날 미팅 얘기, 너네들과 다른 나의 체력얘기 등등을 했다. 젊은 얘들은 확실히 달랐다. 졸음도 안 오나보다. 진짜 나는 촬영 끝나는 10시 반쯤에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뻗었다...



4) 친구들 및 주변 사람들에게 설 연휴, 내 마음 표하기 위해 무제한 연락을 돌림


설 연휴 나는 아무 계획이 없다. 집에도 안 내려간다. 왜냐하면 이미 미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온 몸이 쉬라는 신호를 많이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그동안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나는 굉장히 사람을 잘 못 챙기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노력'을 해야한다. 이왕 할거면,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야하는 성격 탓에 대충은 시작조차 하기 싫었다.


우선은 내게 힘을 주었던 어른들부터 고민해보았다. 나는 윗사람들이 좋다. 한없이 부족한 내가, 그들 앞에서는 자세를 낮추고 배워가는 것도 많고 얻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연락처가 있기에 편안하게 그분들과 했던 추억들을 곱씹으면서 메세지와 연락을 보냈는데, 아직 찾지 못하는 사람이 한 분 있다. '전복순' 선생님이다. 고등학생 때, 영어 선생님인데, 우리 담임 선생님은 아닌데,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셨던 선생님이다. 친구들 수소문하고 대전시 교육청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했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좀 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내 주변 반경에서 나랑 친한 친구들을 리스트업했다.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안다. 내가 얼마나 매정한지. 만나자하면서 절대 안 만나는 성격탓에 친하면서도 자주 못 만나는게 이 친구들이다. 그래서 전화를 다 돌렸다. '하.. 미안하다. 그러나 너 보고싶었던 거 알지?'를 시전했다. 사실은 사실이니깐. 얘네들과는 진짜 몇달에 한번, 몇년에 한번씩만 연락해도 허물없이 얘기하고 웃고 까르르한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면서 '많이 바꼈네~'하면서 조롱하는 이들을 보면 잠깐 대전 내려갈까 고민을 한다. (그러나 결심만ㅋㅋㅋ)


대학생때 만났던 친구들을 보면, 가지각색이다. 외국 친구들은 일단 시차 때문에 다음날에 연락이 오고, 나이 상관없이 친구들을 보면 인스타를 통해 이미 소식 다 안다면서 인플루언서인지, 인플루엔자인지 재밌게 보낸다고 난리다. 겉으로 보이면 이 일이 재밌나보다. '너네들이 한번 해봐' 하고 싶었다. 여기 집단 몇몇 얘들은 2월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설 지나면 또 바빠지겠거니 싶었다.





나는 맨날 일기를 쓴다. 내가 살아온 2월 일주일은 빡센 게 맞다. 매일 쓰는 일기장에 기록할 공간이 없어 포스트잇을 몇개나 더 붙이면서 회고를 했더라. 나중에 보면 이불킥할 내용은 없겠다만, '다음주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하다. 에라 모르겠다. 연휴 푹 쉬고 다음주도 그냥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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