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회사 근처를 걸었다. 만보까진 아니어도 오천보는 걸어야지 싶어서. 고등학교를 옆을 지나다 보니 여고생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들 사이로 노랗게 늘어진 개나리 울타리가 반갑다. 교복치마에 스타킹도 신지 않고 나가던 둘째에게 감기라도 들까 염려되어 추우면 안되니 뛰어가라 했었는데... 한낮엔 쨍한 햇볕으로 자켓이 거추장스러울 만치 이런 화창한 봄날이라니.. 오늘 한낮 기온이 18도란다...
담벼락 밑 보도블럭 사이로 한웅큼도 안되는 흙속에서도 풀이 자라나고 냉이꽃이며 민들레며 그새 풀꽃들이 많이도 피어났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슬픔이 가고 기쁨도 온다.
세상에 어떤 질문에도 정답은 없고
지금의 눈물이 어느날 미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 위 미물 하나인 나는 지금의 작은 상처 하나에 아프다 하고 휘몰아친 바람에 휘청이다 누구에게라도 원망해야 위안을 얻는다. 나의 어리석음은 불치다. 끝까지 공생해야 하는.
이 바람이 지나고 나야 그것이 바람인 것을, 다시 일어서고 바람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을 늦게야 깨닫는 어리석은 중생이...
깨달음은 쉬이 오지 않는 것이라 부딪혀야 하고
어떤 때는 그 깨달음 조차 가식이다 보니
나는 늘 스스로를 믿지 말아야 한다고 다그친다.
어쩌면 계절이 반복되듯이 꽃이 피고지듯이
나의 어리석음과 깨달음도 영원히 반복되려다 보다.
나이는 거저 먹으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절대 거저 얻지 못하는 일인가봐.
다시 돌아온 개나리는 변하지 않고 이렇게 마냥 예쁜데,
너 역시 이 봄날 다시 피어나기 위해 애 많이 썼겠지.
고생 많았다, 참으로 반갑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