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두려운 나

관계를 지키면서 나를 지키는 법

by 이누비

거절하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요?

거절을 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부담스럽고, 때로는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저는 거절을 못했던 시절, 참 많은 우스운 일을 겪었습니다. 10대 시절, 고백을 거절하지 못해 얼떨결에 받아들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친구가 대신 작성한 거절 문자를 보내며 겨우 상황을 수습했죠. 20대 초반, 연애가 서툴렀던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절하지 못해 스스로의 선을 지키지 못하고,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까지 들어주며 점점 지쳐갔습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들에게 거절하지 못한 탓에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기 쉬웠고, 어떤 친구는 “나중에 정 힘들면 너한테 사기나 치겠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그저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불편함과 상처를 남겼으니까요.


거절은 단순히 말 한마디, 메시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두렵게 느껴졌을까요? 아마도 거절 후에 따라오는 불편한 감정, 그리고 거절이 관계를 멀어지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는 만만해 보이긴 싫고, 거절은 두려워 거절 대신 회피를 선택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연락을 끊거나, 피드백을 무시하거나, 슬며시 그 관계에서 멀어지는 방법이었죠. 하지만 회피는 모든 사람을 무분별하게 내 삶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깨달았습니다. 거절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거절의 의미는 단순히 “NO”를 외치는 것이 아닙니다. 거절에 앞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통해 관계를 건강하게 나아가도록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거절은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행위”라고요.


필요한 순간에 거절을 하기 시작하며 깨달은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거절을 하더라도 내 상황이나 기호, 의견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거절은 상대방에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알리는 방법이었고, 이를 통해 나를 더 잘 이해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물론, 거절을 했을 때 멀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멀어짐이 때로는 서운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거절 하나로 끝나는 관계라면, 그것이 진정으로 나를 존중하는 관계였을지 돌아보게 됩니다.


멀어진 사람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거절을 통해 멀어진 관계는 나에게 맞지 않았거나, 서로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거절은 관계의 끝이 아닙니다. 건강한 관계는 거절을 받아들이고도 이어질 수 있는 관계입니다. 거절이 단절의 시작이 아니라,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게 거절을 통해 스스로를 존중하고, 나를 중심에 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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