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흔들려야 결이 생기지
올 한 해 얼마나 흔들렸는지 인생에 멀미가 났습니다. 많은 일들을 시시콜콜 나열하기엔 비겁한 것 같아 말을 아끼겠습니다. 그 일은 결단코 우연으로만 온 것이 아니라 제 선택도 있기 때문입니다.
푸릇푸릇한 들판과 산도 아주 좋아졌지만, 그래도 어쩐지 가슴이 답답할 때면 바다를 찾게 됩니다. 바닷공기를 가슴 가득 머금었다 뱉으면 체한 걸 모두 토한 만큼 개운합니다. 그러다 걱정에 잠깁니다. 흐린 날에는 바다도 흐릴까요. 제 마음도 흐린데 바다도 까맣다면 저는 어딜 가야 할까요.
바다는 까매지지 않더군요. 하늘은 먹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불어 매섭게 파도가 치는데도 바다는 여전히 푸르게 예뻤습니다. 갖은 근심과 걱정을 토해내고야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저는 바다를, 그의 물결을 좋아할까요.
잔잔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늘 조글조글하니 결이 있는 그 모습이 좋습니다. 해가 비치면 윤슬로 반짝이는 모습이, 바람이 불면 파스스 부서지는 파도의 모습이, 흐린 날엔 더 새파랗게 질려 일렁이는 모습이 좋습니다. 흔드는 모습에 따라 흔들리는 그 모든 모습이 아름답기에 그렇습니다.
12월 25일이든, 12월 31일이든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어느 날이든 제 인생에는 단 하루뿐이라고요. 그 어느 하루인 오늘 저는 생각합니다. 올 한 해 어떤 결을 만들었겠지. 나는 그 모습을 사랑해 줘야지. 바다는 까매지지 않으니 걱정 않고 흔들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