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혼낼 때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혼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장판을 봐서 그렇다. 곧 서른인데도 왜 혼나는지 자꾸 생각하면 더 억울하고 더 속상하다. 그저 엄마의 화가 풀릴 때까지 고개를 푹 숙이고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장판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모양인가 닮은꼴을 찾다 보면 어느새 엄마의 퍼붓기 공격이 끝난다.
그런데 유난히 엄마의 공격이 집요한 날이 있다. 어떻게든 내 맘을 두드려서 대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그런 날. 신중하게 답해야 한다는 마음은 날 더듬거리게 만들고, 엄마는 그런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물쭈물거리다 보면 마음은 부글거려 넘쳐버린다. 내뱉지 못한 내 말들은 눈물이 되어 뚝뚝 장판에 떨어진다.
그때 한 개의 눈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울고 있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나를 보는 듯했다. 그저 나뭇가지를 자른 모양새를 흉내 낸 것뿐인데, 내가 우니 장판도 우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내가 한심스러워서 눈물이 그쳤다. 진작에 발견했다면 울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만 역시 생각하는 대로 보이니 울기 전엔 보이지 않았을 테다.
끔찍이도 들어오기 싫던 임대아파트의 조그만 방을 꾸몄다. 해봐야 조명이랑 커튼뿐이지만. 임대아파트라도 임대한 동안은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참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위에서 들리는 쿵쿵 소리는 또라이가 아니라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신난 뜀박질이라 생각하니 기특하기까지 했다.
생각하는 대로 보고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