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나는 앞을 볼 거야
나는 자주 넘어진다. 비유법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자주 넘어진다. 조심성이 부족한 탓도 있고, 다리 힘이 없는 것도 있지만. 난 앞만 보고 걷는다. 밑을 보기에는 얼른 목적지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다. 그런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조심해라, 괜찮으냐 묻는다. 그만큼만 넘어지고, 그만큼만 다치긴 하는데 안 넘어지면 좋겠다.
며칠 전 끝난 삿포로 여행에서는 수없이 넘어져서 진짜 ‘스노우진’을 만들며 걸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밑을 보며 소복이 눈이 쌓인 곳, 아무도 밟지 않아 뽀득거리는 곳을 골라 밟았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20kg짜리 캐리어를 끌다 또 넘어졌다. 그제야 나는 의식하며 밑을 보고 걸었다. 그때 왜 하필 그 사람이 해주던 말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잘 넘어지는 제 손을 잡고 걸으면서도 꼭 밑을 보며 걸으라 했었는데.
목욕을 하며 ‘사랑이었구나’ 했다. 앞만 보고 걸으며 멍투성이가 되고, 긁힌 자국 투성이인 둔한 나를 걱정하는 말이었구나. 과대해석이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내 삶에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도 난 앞을 보며 걷는다. 바보 같이 가까운 지금보다 먼 미래가 겁나서 그렇다. 오늘도 나는 내가 옳았다고 고집을 피우며 앞을 보고 걷는다. 앞을 보고 걸으면 공사장을 피해 미리 건널 수 있다. 공사장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 머리를 부술 확률보다 잘못 조립된 보도블록에 넘어질 확률이 더 크지만.
언제쯤 나는 밑을 보며 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