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영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다. 행복한 순간들이 있을 뿐이고, 그걸 만끽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에 가깝다. 근데 반대로 문득 불행했던 모든 순간들이 나를 덮쳐오는 순간에는 불행과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잔뜩 불행해진다.
내 기억 속의 아빠란 존재는 주정뱅이에 폭력적이고, 가정을 내팽개쳐서 가난에 허덕이게 만든 사람이다. 17년 전에 사라져 주었을 때 어찌나 감사하던지.
어느 날 집 우편함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글씨체가 쓰인 편지가 담겨있었다. 불행했던 순간들이 덮쳐올 시발점이었다. 도대체 집 주소는 어떻게 안 건지 불안해하는 엄마에게 괜찮다 말하며 나는 매일 악몽을 꾼다.
동생은 하필 울적하다. 원치 않은 대학에 진학해 7년을 부담에 시달렸으니 이 얼마나 불쌍한 삶인가.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나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해 주던 오랜, 그리고 지나가버린 연인의 카톡 프로필에는 하트 표시의 디데이가 떠있다. 행복하길 바라면서 나는 참 불행하다.
새로이 착하고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서도 나는 더 착하고 따뜻해주길 성급히 요구한다. 전 연인과의 기억이 떠오르는 곳에서 나는 숨도 못 쉬면서. 그러다 또 이 사람을 놓칠까 전전긍긍한다.
아빠라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엄마가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으면 하면서, 동생이 부디 밥벌이를 하길 바라면서, 옛 연인이 나를 종종 그리워하길 바라면서, 새로운 그이가 나를 떠나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영영 빌어먹을 행복에 대하여 꾸역꾸역 써가며 토하고 다시 삼키고를 반복할 뿐이다.
내일의 나는 무리 지어 싸운 학생들을 화해시키러 출근해야 하는데. 그냥 아침에 눈이 떠지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