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은 귤을 낳고

손이 아파요

by 다보일

비닐봉지 손잡이는 너무 얇은데

귤은 너무 많다


손잡이가 손을 파고들 때면

차라리 봉지가 터져버리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다 굴러가서 다 놓쳐버리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데구르르르르르르르

검은 비닐에서 나온 귤들은 희망차게 굴러갈 테지


아무리 굴러봐라

밟히고 줘터지고 바닥에 넉다운하게 될 거다

나는 그럼

주저앉아

이걸 어쩌나라고만 할 참이다


그럼 귤은 너무 슬퍼서

귤이 귤을 가여워하고

귤이 귤을 낳지 못하게 귤가지를 모두 자르겠지


남에게도 나에게도

베풀지 못하고

엉엉 울겠지


그래도 집에서 귤을 기다리니

손을 바꿔 비닐봉지를 든다

손잡이가 참 질기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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