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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PM일기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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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da Aug 04. 2024

주니어가 PM이 될 수 있을까요 (2)

나나 잘하자

지난주에 이어 '주니어 PM'을 주제로 글을 쓰려는데 뭘 써야 할지 막막하다. 왜냐면 요즘 통 업무에 자신감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주니어 PM 어쩌고 저쩌고 얘기하는 게 우습게 느껴진다. 마침 또 지난주 회사에서 주니어/시니어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해 오픈해서 논의해 보는 회의가 있었다.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지금의 나에게 가장 공감되는 의견은 시니어도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년 차인데도 헤매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주니어 PM'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을 추가하는 일은 멈추고, 요즘 일 고민이나 글로 적어보아야겠다.


조직개편이 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다른 PM분과 함께 협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혼자서 한 팀의 PM으로 일할 때는 보이지 않던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여실히 눈에 보였다. PM님은 꼼꼼함, 실행력, 리더십, 추진력, 심지어 열정까지 모든 면에서 대단한 능력자였다. 그분이 오자 막혀있던 업무가 착착 정리되는 것 같았고, 커뮤니케이션은 더 명확해지는 듯했고, 나와 같이 일하던 개발자분들은 그분의 능력에 감탄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나는 일주일 내내 그분과 나를 요목조목 비교하면서 좌절했고, 매일매일 초라한 감정을 느꼈다. 수평적인 회사에서 수직적인 능력의 차이를 느껴버린 것이다. 그런 매일을 보내니 에너지가 쭉쭉 닳아서 야근을 할 힘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느린데 열정도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미친 부정의 소용돌이를 보내고 나니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하기,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번뇌의 시기에 자기 계발서와 뇌과학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을 써먹을 때가 온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비교를 멈추고 현재에 만족하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을 해야 한다. 


첫째, 비교를 멈추고 현재에 만족하기. 사실 이전회사에서 무엇보다 갈망했던 것이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일하기'였다. 돈 받고 다니는 직장에 한 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 배울 점이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나는 저 사람보다 부족해'라는 관점의 포로가 되어 배움의 기쁨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꼭 대등하게 잘해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 일잘러 PM님, 조직장, 개발자들 그 누구도 내가 일잘러 PM님과 똑같이 리딩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냥 프로젝트가 부드럽게 흘러가서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현재 우리 팀의 그레이업무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두 번째,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하기. 내가 느꼈던 부족한 점은 데이터를 다루는 스킬, 업무를 잘게 쪼개서 바로 실행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능력, 이것들을 잘 정리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업무 속도가 나보다 2배 빠른 능력. 사실 이 능력들이 나에게 아예 없었냐?라고 반문해 보면 그런 건 아니고 30% 수준의 능력으로 업무를 해왔던 것 같다. 혼자 PM업무를 담당했을 때는 내가 하는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을 볼 일이 없으니,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한 팀에서 더 나은 방식으로 업무를 해결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지금이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일잘러 PM님의 업무를 서포트하고, 내가 리딩하는 업무에 적용해 보면서 배워야겠다. 그리고 속도의 문제는 매일 아침 조금 더 일찍 9시 반쯤 출근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지금은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또, 지금껏 먼저 내가 다가가지를 않았던 것 같은데, 궁금한 점은 자주자주 물어봐서 더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쓰고 보니 주니어 PM의 고민이 결국 지금의 내 고민 같다. 약간 슬프게도 마음만은 주니어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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