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중국도 중추절, 곧 추석이 시작된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인 24일 하루만 쉰다.
대신 10/1-7일까지 국경절이라 하여 토,일요일까지 합하면 9일 정도 황금 연휴가 있다. 국경절은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날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중국에서 국경절은 추석보다 더 중요한 명절이다. 긴 휴가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도 하고
여행도 간다.
우리 가족은 국경절 휴가동안 집에서 좀 쉬기로 했다. 이사짐을 풀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중국에 적응하면서 우리 가족은 좀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 대신에 집에서 쉬고 시내 구경을 다니기로 했다.
이 곳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음식이었다. 특유의 향이 강하고 조리법이 달라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그렇다고 장을 봐서 일일이 다 해먹자니 그것도 힘들었다. 장을 보러가도 익숙치 않은 재료가 많고 조리식품은 조리 과정을 알 수가 없으니 처음에는 쉽게 사기 힘들었다.
그래도 메이투런이라는 배달 음식 어플 사용법을 배운 후, 피곤한 날은 그나마 입에 맞는 음식을 골라 시켜먹었다. 메이투런 앱으로 우한 시내 거의 모든 식당의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한국의 배달앱이 특정 식당 배달만 가능한 것과 달리, 메이투런은 동네 작은 식당까지 모두 배달이 되니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집과 학교. 운동하러 가는 짐, 일주일에 한번 장보러 가는 대형쇼핑몰, 동네 스타벅스 외에 가는 곳이 거의 없다.그래도 하루는 금새 지나고 할 일은 늘 많다.
일주일에 두번씩 중국어 과외를 받고 매일 30분-1시간 정도 운동하려고 애쓴다. 짬짬이 머리를 싸매며(!) 중국어 공부를 한다. 중국어는 정말 외울게 많다. 한자도 외워야 하고 발음도 외워야 하며 더구나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가 다르면 뜻이 달라진다. 너무 열을 내고 외우다 보면 30분만 공부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ㅋㅋㅋㅋ
10년 전 신혼 때 남편 파견으로 프랑스에서 1년 산 적이 있다. 지금 생활은 그 때와 매우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아직 없었으므로 매우 오붓했다(!) ㅎㅎㅎ
혼자 공부하고 운동하고 어설프지만 남편과 소꿉장난 하듯 살림을 함께 하면 됐다. 당시 나는 오르간 공부를 하고 있었으므로 다양한 음악회를 다녔다. 박물관도 다니고 악보상도 다녔다. 점심엔 좋아하는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쉬곤 했다. 가끔 남편과 근교 도시나 이웃 나라들로 여행을 갔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의 삶이나 현지 한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남편은 회사원이었고 나는 유학생으로서 각자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생활은 프랑스 파견 때와 매우 달라졌다. 위에 썼듯이 몇 가지 정해진 장소를 쳇바퀴 돌듯 다닌다. 그러나 나는 프랑스보다 중국에서 훨씬 진한 체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학부모들과 교류하게 된다. 미국 국제 학교의 교육이 어떤지 체험하게 된다.
우리 가족을 도와주는 중국 분들 - 도우미,기사아저씨 (중국은 외국인이 운전을 할 수 없다. 국제 운전 면허증은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중국 운전 면허 시험을 봐야한다. 또한 중국 운전 스타일이 워낙 원칙이 없고 위험해서 외국인이 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회사에서 기사 아저씨를 지원해준다. 아마 인건비가 매우 싸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집 관리를 도와주는 회사 직원들(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중개를 해주는 회사. 원하는 아파트를 구해주고, 입주 후에는 우리 집의 모든 편의 사항, 예를 들어 난방, 수도, 티비 케이블 연결, 가구 구입까지 집주인에게 서비스를 대신 요청해준다) 등과 만나서 여러 대화를 나눈다.
중국 생활에 관한 여러 정보를 나누면서 많이 배운다. 음악과 불어 공부만 했던 프랑스 때와는 전혀 다른 체험을 하고 있다. 외국 생활이 쉽진 않고 때론 긴장감과 부담감에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중추절이나 국경절 휴가 같은 달콤한 시간들도 있다. 가족이 함께 지내며 같이 놀고 밥 지어 먹고 싸우고 부대끼며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