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파견을 나갈 때 가족이나 친구들은 미세먼지를 가장 걱정했다. 8월에 우한에 도착하니 미세먼지가 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11월이 되자 공기가 급격히 나빠졌다. 중국 북부 지역에서 난방을 시작하면 공기가 매우 나빠진다. 북부 지역은 아직도 석탄을 연료로 쓰기 때문이다.
첫 해에는 밖에 나가면 매캐한 공기를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역시나 우리 같은 외국인 밖에 없었다. 11월부터 나빴던 공기는 4월까지 좋지 않았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공기가 나쁘지 않았다. 우한은 현재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이다. 하루에 이루어지는 건설 공사가 1만건이 넘는다고 했다. 쉴새없이 아파트를 짓고 다리를 만들었다. 지형 또한 분지여서 미세먼지가 빠져 나가기 힘든 구조였다.
우한은 겨울철 자주 중국 미세먼지 1위에 올랐다. 전세계에서도 TOP 3안에 들기 일쑤였다.
오늘도 <Air visual>이라는 어플을 보니 우한이 미세먼지 세계 3위이다. 베이징은 국가 행사가 있거나 국빈이 방문하면 주변 공장 가동을 중지시켜 공기를 맑게 유지한다. 그래서 공기가 안 좋기로 유명한 베이징보다 우한의 공기가 안 좋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우한 사람들은 미세먼지 수치를 어플로 확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오늘 우한이 중국에서 미세먼지 1등이야”라고 말하면 “진짜?”하고 놀라곤 했지만 마스크를 쓰거나 조심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너희는 왜 마스크를 쓰지 않니?”
“우린 너무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야 ㅋㅋ”
공기가 안 좋다고 해서 외부활동을 줄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전히 학교에서는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놀았고 노인들은 산책을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아이들이 한국에 있을 때보다 감기에 덜 걸리는 것이었다. 우한은 한국보다 겨울에 기온이 높다.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고 5~10도 정도를 유지한다. 호수가 천 개가 넘는 우한은 겨울에 매우 습하다. 특히 11월에는 안개가 너무 심해서 앞이 안 보이는 날씨가 계속된다. 습도가 높은 것도 감기에 안 걸리는 원인인 듯 했다.
우한은 북방지역보다 따뜻하다. 그래서 라지에이터 이외에는 난방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방바닥은 차갑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침대, 의자에서 주로 활동한다. 우리처럼 바닥에 앉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인이 느끼기에 우한의 난방은 너무 약하다. 중국인들은 집안이 춥기 때문에 집에서도 파카를 입고 지낸다. 온돌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이 견디기에 힘들다. 우리는 처음부터 바닥난방이 되는 아파트를 골랐다. 바닥난방이 되고 남향이어서 해가 잘 드는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좋다.
중국이 미세먼지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다. 전세계 기업들의 공장이 중국에 많이 있다. 따라서 중국이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차라리 국내 미세먼지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효과적인 정책이 도입되어 한국도 공기가 맑아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