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도녀쪼미 Oct 16. 2020

Seattle(시애틀)

Episode 1. 조금 특별한 보통날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어느 날과 같은 평범한 휴일이지만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31번째 생일이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어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엄마가 차려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4월은 늘 중간고사 기간이었고 이 때문에 즐거워야 될 생일날 역시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심지어 대학원 졸업시험까지 4월 21일이라니 내 생일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생일이 아닌 보통날과 다름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이 보낸 생일 축하 메시지는 위로의 메시지가 되고 한 학년 오를수록 시험이 중요하게 되는 시기와 함께 위로의 메시지마저 살아지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새로 만나는 친구들에게 생일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생일을 알고 있는 친구들이 생일 축하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안 보내주면 왠지 섭섭한 마음이 생길 거 같아서 말이다. 그러다 문뜩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맞이하는 생일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조금 특별한 보통날을 조금 더 특별한 날로 보내고 싶어 나는 다시 또 혼자 여행을 계획했다.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시애틀로 말이다.


스케줄을 빼야 되는 상황이라 한 달 전에 미리 여행 갈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을 빼려고 했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케줄을 뺄 수 있을 거 같아 비행기표며 호텔이며 모두 알아봤는데 심지어 여행 스케줄도 다 세웠는데 스케줄 빼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겨우겨우 스케줄을 맞춰 여행 가기 2주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할 수 있었다. 한주 사이에 100불이나 뛴 비행기표를 보고 순간 가지 말까 고민하다가 언제 또 생일날 혼자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싶어 예약 버튼을 클릭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한 일인 거 같다. 시애틀을 다녀오고 딱 1년이 지난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은커녕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빗소리에 위로받으며 홀로 집에서 생일을 보내야 했던걸 생각하면 말이다.


생일날 떠나는 혼자 여행은 시애틀을 시작으로 포틀랜드를 거쳐 다시 뉴욕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7박 8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애틀, 포틀랜드 여행은 여느 때와 다르게 너무 설레었다. 어릴 적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현빈에 빠져 현빈이 나오는 드라마, 영화를 많이 챙겨봤었다. 2010년 현빈이 출현한 영화 ‘만추’가 개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와 관련된 블로그를 많이 찾아보다 알게 된 곳이 바로 시애틀이다. 직접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블로그에 올라온 영화 속 한 장면 한 장면의 사진을 볼 때마다 언젠가 꼭 시애틀을 여행하리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다 막상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비싸디 비싼 비행기 값에 늘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언제든 바로 떠나도 제대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시애틀에 관한 정보를 천천히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정보를 하나씩 하나씩 모으다가 시애틀에서 기차를 타고 포틀랜드를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많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나의 7박 8일 시애틀, 포틀랜드 여행 계획이 세워졌다.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많은 정보를 수집해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그렇다고 빡빡하게 일정을 짜지는 않는다. 일정을 완벽하게 세워도 막상 여행을 가면 웃픈 일들이 많이 일어나 계획데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정보를 보면서 내가 꼭 가고 싶은 곳을 1부터 순위를 정해 시간과 거리를 고려해 큰 틀만 결정하고 여행 중 내 마음이 가는 데로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 빡빡한 일정을 짜지도 않으면서 마음 가는 데로 할 거면서 왜 많은 정보를 수집하냐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 예외는 늘 있지만 말이다.


시애틀을 떠나기 위해 JFK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만 타면 매번 멀미를 해서 안그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X-ray에 걸려 옆으로 빠지고 있는 캐리어를 보는 순간 긴장감은 극도를 달했다. 아이패드, 보조배터리 등 전자 관련 제품은 따로 빼 가지고 있었는데 왜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캐리어가 내 거라고 이야기하자 남자 직원분은 여자 직원 분과 체인지해 캐리어를 열어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방 속을 하나하나 다 살펴보는데 아무 잘못이 없는 나인데도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물건이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캐리어를 한참 검사한 후 난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아... 여행 시작부터 심상치 않는구나”


여행 내내 긴장감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시애틀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Los Angeles(로스앤젤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