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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도녀쪼미 Oct 19. 2020

Seattle(시애틀)

Episode 3. 게리파크

언제부터였을까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감하는 하루가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가. 파란 하늘을 뒤덮는 붉은빛 노을, 그 후 하나둘씩 밝아지기 시작하는 도시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시간에 쫓겨 생활하던 20대에는 언제 노을이 지는지 알 수도 없었다. 하루하루 기계같이 지내다 문뜩 맞이한 노을은 꼭 선물과 같았다. 노을을 보며 나의 하루를, 내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둠이 들기 시작한 후 하나 둘 켜지는 불빛을 보며 작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그날의 기억 이후 노을과 야경을 볼 때면 난 많은 생각을 하게 됨과 동시에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특별한 보통날, 시애틀에서 맞이하는 노을과 야경이 보고싶어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게리파크에 갈 계획이었다. 시애틀 여행을 계획했을 때 일정이 맞는 동행인이 있으면 같이 여행하면서 여행정보를 나누고 싶어 여행 떠나기전에 미리 동행인을 알아봤었다. 게리파크가 가고 싶은데 혼자 가기 무서워 여행을 취소하려고 했던 동행인과 나랑 비슷한 시간에 시애틀에 도착해 오후 일정을 고민하던 동행인, 이렇게 두 명의 동행인과 함께 게리파크에 가기로 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모인 우린 우버로 이동하는 게 편할 거 같아 우버를 타고 게리파크로 향했다. 노을과 야경 보기 좋은 장소를 골라 앉아 파란 하늘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한국에서 시애틀을 여행하기 위해 온 동행인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여느 사람들과 같은 그런 뻔한 하지만 현실적인 앞으로의 진로, 결혼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오래 다닌 직장을 퇴사한, 대학원 졸업 후 찾은 직장의 입사를 앞둔 동행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을 왔다. 서로 다른 이유로 떠나 온 여행이지만 시애틀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세 사람. 아마도 시애틀 여행이 각자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 나의 터닝 포인트가 시애틀 여행인 것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또는 같은 고민을 이야기하며 노을이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밝았던 하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어두워졌고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시애틀에서 맞이한 노을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같이 옛사랑의 추억을 회상하게 되는 그런 쓸쓸한 느낌이었다. 또한 비가 자주 오는 시애틀의 촉촉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노을이었다. 서서히 지고 있는 해를 등지고 돌아서면 시애틀의 시티뷰와 함께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밝았던 하늘이 점점 깜깜해지고 하나 둘 건물의 불빛이 밝아왔다. 화려한 불빛들로 인해 생동감이 느껴졌던 뉴욕과 달리 시애틀의 밤은 노을을 바라봤을 때 받았던 느낌의 연장선과 같이 쓸쓸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리움이 사무쳤다. 한국에 있는 어느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그렇게 나의 조금 특별한 보통날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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