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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Oct 28. 2023

결핍과 풍요 사이에서

결핍

1.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

2.   없어짐.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배 곯을까봐 걱정할 필요 없다. 옷장 문을 열면 옷이 한가득이다. 그런데도 늘 뭔가가 부족한 것 같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느낌은 늘 날 따라다녔다.


어쩌면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생각과 느낌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이상과 욕구, 그리고 한계를 지닌 현실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현실은 늘 한계를 지닌다. 먼저는 내가 세상을 살아갈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영원히 살 수 없다. 내가 언제 이 땅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할 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 시간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꿈을 갖지만, 그 꿈을 이루기에는 무수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기회비용이 있어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카페에 왔다. 창밖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마치 내가 없어지고, 세상만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자동차는 굴러가고, 사람들은 길 위를 걸어간다. 카페에서 어떤 사람은 공부를 한다.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다.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오랜만에 생긴 여유 가운데 비공개로 써 놓은 일기를 쭉 읽어보게 된다. 일기 속에 등장하는 '꿈' 그리고 현실의 한계 속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공존한다. 나의 글 속에서 잠재된 또 다른 의식은 '결핍'이다.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늘 모자란다.


부족한 것을 하나한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불평이 될 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히 있는 것이 나에게 없다고 생각될 때 오는, '상대적 박탈감' 속에 괴로워하는 것은 참으로 비생산적이다. 삶에 표준이 없음에도, 그 표준에 다다르기 위해 애쓰다 좌절한다.


며칠 전, 자취방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딩크', '비자발적 딩크', '출산율' 등을 검색창에 넣고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보았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서 작게나마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다 돌고 돌아 '난임'이란 단어를 검색한다. '난임'과 같이 쭈루룩 올라오는 영상들을 몇개 보다 멈춘다. 좀 보기가 힘들다. 내가 어찌하지 못할 문제들로 다시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차라리 '난임'을 검색하느니 '딩크'를 검색하겠다.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고집일까? 세상의 분위기일까?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말일까?

무엇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나의 고정관념일까?


그저, 지금 큰 통증없이 이렇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것이 아닌가?


'결핍'에 대한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미래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은 늘 마음 속을 헤집어놓는다. 그럼에도, 용기내어 살아갈 힘이 필요하다. 내 마음, 내 마음, 나도 어찌하기 힘든 내 마음아, 나도 이해하기 힘든 내 마음아. 


마음을 불러본다. 네가 너무 고통받지 않기를, 

네가 평온하기를 바란다.


내가 정말 처절히 고민하고 선택했던 나의 선택들이 후회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 선택들이 그 당시에는 나의 최선이었음을, 그 속에 분명 반짝이는 것들이 있음을 믿으며, 빛을 찾아 헤맨다. '부족하다, 부족하다'고 투정대는 마음 속 아가를 토닥여준다. 두렵다고 외쳐대는 마음을 안아준다. 여전히 내 인생은 아름답다고, 아름다울 것이라고 고요히 말해준다. 


눈물 방울과 함께, 난 오늘도 나와 화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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