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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진 Mar 04. 2024

강아지는 왜 산책을 좋아할까?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인과의 만남'


바닥을 박차고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오붓하게 산책하는 주민들을 많이 만난다. 하지만 그 모습 어딘가엔 이질적인 모습이 느껴진다. 막 군제대라도 한 듯 방방 뛰는 강아지와 그저 끌려가는 주인. 누가 누구를 산책시키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강아지는 왜 이렇게 산책을 좋아하는지 강아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그 기분을 알까? 문득 군생활이 떠올랐다. 좁디좁은 생활관에 20명 넘는 인원이 살을 부대끼며 자던 순간이 떠오른다. 강아지에게 좁디좁은 집이 나의 생활관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방방 뛰는 강아지를 보니 첫 휴가를 나온 나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의 달리기 호흡을 방해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귀여운 강아지와 힘들었던 나의 과거라. 오늘 달리기를 위한 도파민으로는 충분하다.


공원을 크게 돌고 있는데 질질 끌려가고 있는 주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덕분에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는 걸 깨달을 때쯤 팽팽하게 당겨진 목줄에 눈이 간다. 강아지는 빨리 달리고 싶어 하지만 곧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주인은 반려견의 리듬에 맞춰줄 생각이 없다. 서로 양보 없이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는데 목줄이 이를 시각화시켜 준다. 보고 있자니 문뜩 '서로 배려 없이 혼자 나아가면 내 반쪽이 너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서로에게 소홀했는데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공원 한 바퀴를 달리고 이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뜻밖의 수확이다. 건강 함께 얻은 도파민은 덤이다.





'강아지에게 인기가 많아 행복해'


우리 집은 항상 반려견과 함께 했다. 나의 갓난아기 사진을 보아도 강아지와 함께하고 있다. 그 정도로 강아지와 가깝고 친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나도 모르는 강아지 페로몬이 분비되나 보다. 산책을 나가면 강아지가 다가와 신발의 냄새를 맡고 간다. 달릴 때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마냥 강아지가 나를 향해 고개를 튼다. 나는 강아지에게 인기가 많나 보다. 그래서 행복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 보면 강아지는 구수한 냄새를 좋아한다던데.. 도대체 나에게 무슨 냄새가 나는 건지 내 반쪽에게 미안함이 몰려온다. 오늘은 깨끗이 씻을게 미안해...





'눈 오는 날 만난 강아지'


눈이 오는 날도 나는 어김없이 공원에서 달리고 있다. 내 얼굴을 때리는 눈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나의 온몸을 얼려간다. 나는 추위에 지지 않겠다는 듯 더욱 땅을 박차 몸에 열을 만들어보지만 역부족이다. 고슴도치라도 된 듯 온몸을 잔뜩 웅크려 추위를 버티는 게 다였다. 그때 눈앞에 눈밭 위에서 차분히 앉아 눈을 맞고 있는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춥지도 않니?" 추위 때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아지는 대답대신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 뿐이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녀석은 주인이 없는 듯했다. 떠돌이 강아지여서 그런지 마음이 안 좋았다. "얼마나 추울까.." 나지막하게 읊조리자 나에게 다가온 녀석은 내 신발의 냄새를 한번 맡고는 눈밭을 방방 뛰고 구르고 난리를 부린다. 나의 발냄새가 그 녀석의 코카인이라도 되는 걸까 의문이 들 때쯤 그 녀석은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간 곳을 바라본다. 저렇게 자유로운 녀석은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히려 그 녀석이 '아.. 인간 춥고 외로워 보이네.. 불쌍하다.. 내가 조금만 놀아줘야지'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내가 과연 그 자유로운 영혼이 불쌍하다고 할 자격이 있었을까? 그저 헛웃음만 지을 뿐인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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