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수다 대신 필사를 선택했다
벌써 59일째. 되든 안되든 시작했던 영어필사가 오늘 59일째다. 혼자 하는게 아니라, 같은 뜻을 가진 엄마들과 함께 한다. 네이버카페 <김포그림책모임> 을 운영하면서 함께 필사할 친구가 생겼다.
하루, 이틀, 길고 짧은 문장을 대한다. 매일 새벽은 힘들었고,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했다. 나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이다. 병원에서 외래파트장으로 근무하면서 시간을 내기는좀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 적응할 것도 많았고 해야할 업무도 많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쉬기만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카페에서 커피한잔을 주문하고 앉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열심히 매순간 책에 파고드는 것은 아니지만, 책 자체의 느낌과 감각을 좋아한다. 새책의 냄새도 좋고 만져지는 촉감도 좋다. 책과 커피가 어우러진 시간, 나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이었다.
어느날은 무척이나 긴 지문을 만난다. 이걸 어떻게 다쓰지? 잠시 생각을 머뭇거리기도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자주 사용하지않은 단어의 발음은 생소하기만 하다.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영어발음 어플을 핸드폰 바탕화면에 깔았다. 눈으로 한번 보고 쓱삭쓱삭 볼펜으로 따라적어본다. 작은 목소리로 영어발음을 따라읽어본다. 되든안되든 내가아는 선에서 영어를 따라 읽어본다. 애매한 단어는 발음어플을 검색해서 따라읽어본다. 아주 잠깐, 잠시의 순간이지만 검색해서 아는 기쁨은 남다르다.
더블엔 출판사에서 선물해준 <하루10분 100일의영어필사>는 이 책 맨뒤에 소개된 글내용처럼, 나의 일상에 금빛가루를 선물해주었다. 평범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에 금빛가루 양념을 톡톡 쳐준다. 영어필사가 나에게 어느새 그런 존재가 되었다.
혼자였다면 아마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함께 나의 문장을 적고, 내가 올린 글을 적고, 서로 올린글을 보며 함께 공감했다. 특히 이 책속에 진주처럼 알알이 박힌 인생의 진리들을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누구에게나 크고작은 아픔과 시련, 고민들이 속속들이 박혀있는 듯하다. 지금이순간을 즐기라 말하기엔, 내 아픔이 너무커서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씩 알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우리에게 큰아픔과 트라우마로 남은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루하루가 살얼음같았던 지난 날들이 나를 옥죄기도 했지만, 나의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포기하고 말것인지, 인생의 굴레에 자포자기하고 말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나의 생을 나뿐아니라, 다른이들에게도 가치있게 사용할것인지는 지금 나의 선택에 달려있는 듯하다.
감추어두고 말할수 없었던 일들이 어느순간 나의 과거가 되어 자유롭게 말할수 있는 날이 올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때는 나의 편이 한목소리를 내어줄 것이라 믿는다.